▲ 한국대표팀의 ‘맏형’ 황선홍. 그에겐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된다. | ||
황선홍은 월드컵과 인연은 크게 없었지만 이번 월드컵으로 센츄리 클럽(1백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하게 되고 홍명보와 함께 월드컵 본선 4회 진출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각국의 대표팀마다 ‘큰형님’이 존재한다. 이 ‘큰형님’들은 감독이나 주장이 팀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 이상으로 팀을 추스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가끔은 ‘군기’도 잡고, 때에 따라서는 감독이나 코치들이 할 수 없는 역할도 하게 된다. 황선홍은 그런 존재였다.
프랑스대표팀의 경우 수비수로 드사이(34세) 리자라쥐(33세) 르뵈프(34)가 버티고 있다. 30세의 지네딘 지단이 공격의 핵심이라면 수비의 핵심은 드사이.
지단이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된 빈 자리에는 노장 조르카에프(34)가 투입되고 있다. 조르카에프는 지난 세네갈전에서 분전했으나 ‘지단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 그의 마지막 월드컵에 비상이 걸린 듯하다.
미국 또한 수비진이 노장들로 구성돼 있다. 아우구스(34), 리지스(34), 존스(32) 등이 미국팀의 수비를 전담하고 있다. 이들은 축구 변방인 미국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이다.
노장 선수들은 꼭 이번 월드컵에 주전으로 뛰지 않더라도 팀의 분위기를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의 나카야마(35)도 그런 의미에서 재소집됐다. 최근 일본팀의 부진으로 선수들의 분위기가 침체된 까닭에 무게있는 맏형의 인화력이 필요했으리라는 분석이다.
코스타리카의 메트포드(33)도 완초페와 폰세카의 화력을 받쳐줄 유일한 선배다. 월드컵 무대에 서본 그의 산 경험은 코스타리카의 북중미 예선에서 가장 먼저 본선에 진출하는 저력으로 연결되었다.
파라과이의 칠라베르트(37)는 경기의 흐름을 끊어놓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직선적인 행동은 동료들 사이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작용해 팀의 사기를 높이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선언을 한 지단(왼쪽)과 히바우두. | ||
황선홍을 비롯, 이번 월드컵은 ‘서산을 벌겋게 물들이는’ 대회가 될 조짐이다. 여러 노장 스타들이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발표한 은퇴의 변도 여러 색이다.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는 듯 보이는 독일 대표팀의 비어호프(34)는 지난 1월 일찌감치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의 플레이메이커 제이제이 오코차(28)는 “9년 동안 대표팀에서 뛰었지만 나이지리아 축구의 발전 가능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대표을 그만둘 뜻을 밝혔다.
반면 브라질의 히바우두(30)와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29)는 각기 “이번 대회 우승컵을 조국에 바치고 월드컵 무대를 떠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물론 이들의 선언이 축구 자체를 그만두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 이후 월드컵 무대는 큰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만 같다.
프랑스의 노장 유리 조르카에프(33)는 “부진한 선수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출구는 후회 없이 은퇴하는 것”이라고 은퇴 결심을 밝혀둔 상태고, 우루과이의 파울로 몬테로(30)는 “월드컵은 이번이 마지막이며 유럽에서 5년간 더 활동한 후 은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단은 지난달 “4년 후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서 소속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은퇴하며 축구와는 관계없는 일을 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그가 어떻게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