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반시동’ 하면 엔진에 무리 안가요~ ACC→ON에서 2~3초 기다린 뒤 시동
겨울철 사고 발생률은 24.6%로 사계절 중 가장 높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배터리, 부동액, 워셔액 상태 등에 대해 무상점검 서비스를 받으라고 권유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것은 ‘무상점검 받기’다. 동계 무상점검 기본사항은 배터리, 부동액, 워셔액, 브레이크, 타이어 공기압 등이다. 배터리는 온도가 내려가면 성능이 저하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배터리 충전 서비스 연간 이용실적의 37.1%가 겨울에 집중돼 있다. 일반 운전자도 쉽게 배터리를 점검할 수 있다. 보닛을 열고 배터리의 상태 표시창을 보면 된다. 초록색이면 정상, 검정색이면 충전량 부족, 투명한 색이면 방전된 것이다. 정상이 아니라면 점검 또는 교체가 필요하다.
자동차에 들어 있는 물질 중 추위에 가장 취약한 것을 꼽는다면 냉각수다. 물은 0℃에서도 얼기 때문에 냉각수가 물로만 되어 있다면 겨울에 운행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첨가하는 것이 부동액이다. 여름에 냉각수의 자연감소량 증가로 물을 자주 채워 넣었다면 겨울에는 부동액을 채워줄 필요가 있다.
부동액은 대형마트, 인터넷몰 등에서 1리터(ℓ)에 1만 원 이하에 파니까 직접 사서 넣어도 된다. 제품 레이블을 보면 ‘냉각수 대 부동액’ 비율에 따른 어는점이 나와 있다. ‘100:0’일 경우 0℃, ‘70:30’일 때 -16℃, ‘50:50’일 때 -37℃, ‘45:55’일 때 -50℃이므로, 한국에서는 반반씩만 섞으면 충분하다. 다만 냉각수를 모두 뺀 뒤 다시 채우는 것이 아니므로 그간 물을 추가한 양만큼 부동액을 채우면 된다.
유리 세정제(워셔액)도 부족하지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냉각수나 엔진오일은 밀폐된 상태에서 미세하게 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점검해 줘도 되지만, 워셔액은 수시로 사용하므로 금방 부족해질 수 있다. 워셔액은 어는점이 낮아 눈보라가 앞창에 들러붙어 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워셔액의 성분은 물, 메탄올, 계면활성제와 색소(오음용 방지 목적) 등인데, 메탄올의 어는점은 -93.9℃로 극지방이라 해도 얼지 않는다.
특정 제품을 비교해본 결과, 사계절용 워셔액의 어는점은 -25℃, 겨울용 제품은 -33℃였다. 겨울용이라고 해서 특별한 성분이 더 추가되는 것은 아니고, 메탄올의 함량을 더 높이면 어는점이 낮아진다. 국내에서는 사계절용 워셔액만으로도 겨울을 나기 충분하므로, 여름에 쓰던 제품을 그대로 써도 무방하다.
오히려 결빙에 주의해야 할 부분은 연료 계통이다. 휘발유의 어는점은 -97.8℃, 경유(디젤)는 -47℃로 자연 상태에서는 어는 것을 보기가 어렵다. 문제는 바이오디젤(경유에 식물성 연료 5% 또는 20% 첨가)의 어는점이 -17.5℃로 국내 혹한기 기온 범위 안에 있다는 점이다. 실제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10℃에도 언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바이오디젤에도 첨가제를 추가해 어는점을 낮추고 있으므로, 강원도처럼 추운 지역이 아니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타이어는 특히 겨울철에 신경 써서 살펴봐야 한다. 타이어의 공기는 자연 감소하는 분량이 있는데다, 겨울에는 공기가 수축하므로 공기압이 낮아지기 쉽다. 따라서 여름보다 자주 점검할 필요가 있는데, 대개 월 1회 점검을 권장하는 편이다. 여름에는 타이어 파손을 막기 위해 공기압을 조금 높이기도 하고 겨울에는 접지를 위해 공기압을 조금 낮게 유지하는 테크닉도 있지만 이는 적정 공기압 내에서 1~2%의 조정으로, 일반 운전자들은 적정 공기압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눈이 올 때를 대비해서 스노 체인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도심 출퇴근용이라면 스노 체인을 쓸 일이 별로 없지만 주말에 레저를 즐기러 떠난다면 스노 체인은 필수다. 도심이라 하더라도 빙판길이 수시로 생기는 만큼 겨울용 타이어(Winter Tire)로 교체해도 좋다. 겨울용 타이어는 측면에 눈꽃 모양이나 ‘M+S(Snow+Mud)’가 새겨져 있다. 타이어 규격을 표시하는 글자 앞에 ‘P’가 새겨져 있으면 사계절용을 뜻한다. 이런 표시들이 아무것도 없다면 여름용 타이어를 뜻한다.
여름용 타이어는 승차감, 조향성능 등을 우선으로 하고, 겨울용 타이어는 접지를 우선으로 하는 점이 다르다. 사계절용은 이 둘의 성격을 적절하게 합친 것인데, 아무래도 여름용·겨울용 특화 타이어와 비교하면 각각이 추구하는 성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겨울용 타이어와 스노타이어는 구분이 필요한데, 겨울용 타이어는 성분과 패턴을 조정해 접지력을 높인 것이고, 스노타이어는 스파이크를 장착해 스노체인의 기능을 추구한 것이다.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하더라도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는 스노체인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타이어 제작사들은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해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하면 사계절용 타이어를 봄까지 보관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보관료를 내야 한다.
무상점검 서비스. 사진제공=한국도요타
디젤엔진은 점화플러그 대신 혼합기(뜨거워진 공기+기화된 연료)의 압력과 온도만으로 폭발이 일어나므로 실린더의 적정 온도가 필요하다. 10년여 전까진 반(半)시동으로 예열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열전도율이 좋은 세라믹 소재로 순식간에 엔진 내부 온도를 올리므로 예열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엔진을 아끼고 싶다면 바로 시동을 걸지 말고 시동 전단계(ACC→ON)에서 2~3초 기다리는 ‘셀프 반시동’을 하는 것도 좋다. 엔진오일, 미션오일, 파워스티어링 오일 등도 적정 온도에서 최상의 기능을 발휘하므로, 시동 후 서행운전은 필수적인 겨울철 운전 습관이다.
우종국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