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개막전에서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는 프랑스가 월드컵에 처녀 출전한 세네갈에 의해 0-1 참패를 당했다는 기사가 미국에서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다른 경기도 아닌 개막전에서의 예상을 뒤엎는 승부는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개막전은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 특히 개막전 선발투수의 의미는 지대하다. 팀의 에이스로서 한 시즌 동안 투수진을 이끌며, 팀 운명의 절반 이상을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중책이기 때문이다.
박찬호(29)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로 낙점돼 5년 장기 계약을 맺고 야심찬 시즌을 시작했으나, 부상의 악재로 아직까지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3일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2승째를 거두며 2승2패로 겨우 5할 승률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올시즌 박찬호와 함께 개막전에 나선 아메리칸리그(AL) 에이스들의 현주소는 어떤가. 박찬호처럼 부상의 불운을 겪고 있는 투수들을 제외하면 모두 팀과 팬들이 원하는 몫을 해주고 있는 것일까.
시즌의 약 3분의 1이 지난 가운데 각 팀 에이스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메이저리그 야구판 역시 인생과 다를 바 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예상한 대로 좋은 성적으로 승승장구하며 팀을 이끄는 에이스들이 있는가 하면, 지독한 부진에 허덕이는 에이스들도 있고, 또한 아예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불운파들도 물론 있다.
올시즌 AL 에이스 중에 가장 돋보이는 투수는 단연 페드로 마르티네스다. 보스턴 레드삭스를 전체 1위의 성적으로 이끌고 있는 페드로는 7승무패에 방어율 2.93의 발군의 활약을 펼쳐, 지난 시즌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 밖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에이스들로는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 마크 벌리(시카고 화이트삭스) 프레디 가르시아(시애틀 마리너스) 바톨로 콜론(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정도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한 클레멘스는 만 40세 생일을 두 달 남긴 가운데 7승2패에 방어율 3.79로 건재를 과시하며 3백승에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 13승을 보태면 현대 야구에서는 그야말로 희귀종에 속하는 ‘3백승 투수’가 된다.
지난 시즌부터 두각을 보인 벌리는 올해도 8승3패에 방어율 2.77을 기록하며 AL 최다승을 거두고 있다. 최고 구속 160km를 자랑하는 콜론도 7승3패에 방어율 2.22로 절정에 오른 투구를 선보이고 있는데, 인디언스가 이미 플레이오프의 꿈을 접어 계속 트레이드 소문이 나돌고 있다.
6승4패에 방어율 3.60인 가르시아도 제 몫을 해주는 에이스이며,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워시번도 5승2패에 3.28의 방어율로 신예 에이스로 가등록을 마쳤다.
반면 에이스라고 불리기에는 미흡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투수들도 많이 있다. 캔자스시티의 제프 수판은 5승4패(방어율 4.42)이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스캇 에릭슨은 3승5패(방어율 4.54), 디트로이트의 제프 위버도 4승6패(방어율 3.00)에 그치고 있다.
최악은 템파베이 데블레이스의 개막전 선발로 뛴 태넌 스트루츠로, 지금까지 11게임에 선발로 나섰지만 승리 없이 6패에 5.24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부상으로 불운이 겹치는 에이스들도 있다. 박찬호가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2승2패에 방어율 8.28로 여전히 고전 중이고, 박찬호의 개막전 상대였던 오클랜드 에이스의 마크 멀더도 3승4패에 6.10의 방어율을 보이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개막전 투수 크리스 카펜터는 1패에 방어율 15.19만 기록하고 여전히 현역 복귀를 못하고 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브래드 래드키는 4승2패에 방어율이 5.23인데, 지난주 복귀전에서 1이닝 만에 또 다쳐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오르고 말았다.
AL 팀마다 에이스라고 내세운 14명 투수들의 운명은 이렇게 희비 쌍곡선을 긋고 있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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