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MCA는 최근 내부 비리 의혹이 제기돼 내홍에 휩싸인 터라 신탁개발 추진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개발이 예정 중인 서울YMCA 강남지회 사진 =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29일 서울YMCA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YMCA는 지난 12월 초 종로구청에 강남YMCA와 관련 ‘기본 재산 처분 승인’을 요청해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본 재산 처분 승인’이란 공익법인법에 따라 공익법인이 기본재산을 처분할 시 반드시 주무관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서울YMCA가 기본재산인 강남YMCA를 처분하고 싶다고 구청에 요청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그 방식이 ‘신탁개발’이라는 사실이다. 신탁개발은 개발전문 업체가 건물의 시공부터 분양까지 일체 도맡은 후 사후 자금을 정산해서 주는 것을 말한다. 통상 개인이나 일반법인, 기업들이 자금 증식을 위해 이용하곤 하지만 공익법인이 신탁개발을 요청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청에서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공익법인이 신탁개발로 ‘기본 재산 처분 승인’을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관계 법령을 살펴보고 있으며 주변의 자문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YMCA 안팎에서는 이번 강남YMCA 신탁개발 건이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YMCA 수뇌부 일각에서 극비리에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YMCA 한 고위 관계자는 “강남YMCA의 경우 1500평 정도의 건물이다. 시가만 해도 최소 800억 원에서 1000억 원 정도다.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을 신탁개발 한다는데 간부급들도 거의 재산 승인신청이 임박해서야 통보 받았다”며 “신탁을 어느 업체에 맡겨서 하는지, 계약 내용도 전혀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YMCA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런 것은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할 정도로 큰 건이다. 업체를 대체 어디를 선정하겠다는 것인지, 갑자기 왜 현금 확보가 필요한 것인지 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남YMCA 신탁개발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정황은 또 발견된다. 지난 11월 말 강남YMCA가 운영하는 아기스포츠단, 키즈아카데미 등의 유치원 과정에 자녀들을 맡긴 학부모들은 갑작스런 재개발 소식에 발칵 뒤집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학부모는 “당시 재개발 소식을 듣고 아기스포츠단과 키즈아카데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상황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일었다. 구청에 민원을 제기할 움직임도 보였다”며 “다행히 아기스포츠단을 유지하는 선에서 강남YMCA와 12월 초 합의가 됐다”라고 전했다.
이에 강남YMCA 관계자는 “서울YMCA에서 11월 중순경 재개발 통보가 왔다. 이후 학부모들과 얘기를 했고 잘 마무리가 됐다. 재개발이 될 경우를 대비해 아기스포츠단을 운영할 장소를 계속 물색하고 있는 중”이라며 “신탁개발이 되는 것까지는 잘 모른다. 우리 측은 본부 입장을 따를 뿐”이라고 전했다.
결국 재개발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에서 구청의 승인에 따라 향후 진행 여부가 판가름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청 관계자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이다. 언제 승인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기본 재산 처분이 승인된다고 해도 신탁개발이 어떻게 진행될 지도 관건이다. 최근 서울 YMCA는 전현직 관계자에 의해 ‘30억 불법 펀드 투자 의혹’, ‘일산 골프장 비리 의혹’ 등 갖가지 비리 의혹이 폭로되며 내홍을 앓았다. 특히 서울YMCA 수뇌부들은 일등석과 특급호텔을 이용해 외유성 해외 출장을 즐기고, 법인 고급차 가족사용 등 재단 자산을 전횡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아 논란이 증폭됐다. 극비리에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번 신탁개발이 어떻게 흘러갈 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편 서울YMCA 측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아직 답변이 어렵다. 곧 연락을 주겠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