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료적 가치가 높은 스타들의 스포츠 용품, 즉 스포츠 기념품에 대한 국내 팬들의 반응은 아직까진 그렇게 열광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미국 등 외국에서처럼 스타 기념품이 거액에 거래되는 경우가 드물다.
▲ 지난 6월22일 대구구장에서 통산 3백 호 홈런을 때려낸 이승엽이 모자를 벗고 팬들의 환호에 답 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 ||
그렇다면 지금까지 거래된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기념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무엇일까.
월드컵 4강 신화의 열풍이 채 식지 않았던 지난해 7월 한 방송사의 경매에서 ‘진공청소기’ 김남일(전남)의 축구화가 6백50만원에 낙찰된 것이 공식적인 경매를 통해 팔린 최고가 기록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올 프로야구 페넌트 레이스에서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쏘아 올린다면 쉽게 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 기념품 경매사이트 관계자는 “이승엽의 56호 홈런볼을 공식 경매에 부친다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1억원 이상에 팔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재 스포츠 기념품 경매 랭킹 2위는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투병중인 전 롯데자이언츠 임수혁을 돕기 위한 경매에 나온 박찬호의 글러브가 실제 가격(약 30만원)의 15배가 넘는 4백68만원에 팔렸던 것. 같은 경매에서 ‘빅초이’ 최희섭의 글러브는 1백8만원, PGA 스타 최경주의 퍼터는 80만원, ‘봉달이’ 이봉주의 마라톤화는 59만5천원에 팬들의 손에 넘어갔다.
이와 관련 이봉주 선수는 “같은 운동선수를 돕기위한 자선행사였기 때문에 솔직히 경매가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경매에 내놓은 마라톤화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고 특수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가격은 경매가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스포츠스타들의 소장품 경매는 지난해 월드컵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 태극전사들 소장품의 거래가격이 폭등하는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지난 2001년 ‘북한 어린이에게 축구공 보내기 자선경매’에서 홍명보 선수가 사인한 유니폼이 58만2천원, 송종국의 유니폼은 35만원, 거스 히딩크 감독의 유니폼은 12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뒤 대폭적으로 가격이 뛰었다.
지난해 12월 자선경매에서는 홍명보의 태극 유니폼이 2백19만8천원에 팔렸다. 불과 1년 만에 4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 것. 또 히딩크 감독의 자필사인이 들어간 트레이닝복은 88만8천원, 안정환이 J리그 첫 골을 넣었을 때 신었던 축구화는 87만원에 팔렸다.
이처럼 스포츠 스타들의 소장품에 대한 경매가 활발해지자 팬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30대 보험회사 직원이 박찬호 글러브, 김병현 유니폼, 최희섭 글러브 등 7개 물품을 총 1천3백여만원에 싹쓸이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얼마 전엔 유명 스타들의 스포츠용품 경매사이트도 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선행사 등의 목적으로 경매가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20년 동안 1만여 점의 축구 관련 자료 및 용품을 수집, 지난해 ‘역대 한국축구국가대표팀 사료전시회’를 열었던 이재형씨(월간 <베스트일레븐> 기획부장)는 “가장 비싸게 산 것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팀의 신문기사 스크랩과 친필사인으로 6백만원을 주고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국내에서는 A매치가 벌어져도 경기에 쓰인 축구공을 스폰서업체 등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가 버린다”며 “아직 사료적인 가치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