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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재응의 아버지 서병관씨와 어머니 최경자씨는 7년 동 안 전남 장성의 영천사를 찾아 불공을 드리고 있다. 오른 쪽은 함께 기도하고 있는 영천사 큰스님. | ||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서재응(뉴욕 메츠)과 봉중근(애틀랜타), 그리고 최희섭(시카고)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특히 아들을 미국에 보내기까지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의 입장은 더더욱 절절하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들의 성공을 위해 지극 정성을 다하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아버지들의 남다른 자식 사랑 이야기를 모아본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아버지들의 공통점은 언론 노출을 극히 꺼린다는 사실이다. 큰 무대에 이제 조금씩 적응하는 분위기인데 자칫 아버지가 인터뷰 등으로 나섰다가 선수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여기에 쉽게 뜨거워졌다가 식어버리는 언론의 냄비 성향과 여자친구 문제 등을 가십거리 위주로 다루려는 일부 언론이 부담스러운 것도 한몫했다.
광주에 살고 있는 서재응의 부모를 만난 날은 마침 김선우(몬트리올)의 선발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아버지 서병관씨는 4회를 못 버티고 강판 당한 김선우를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부모 마음은 다 똑같죠. 지금 선우 부모님이 어떤 심정일지는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어제는 재응이랑 만나 저녁도 함께 먹고 한 모양이던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서재응이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박찬호와 김병현은 잘 하는데, 당신 아들은 왜 안 나오느냐”는 등의 비아냥거림도 들어왔던 터라 서씨는 김선우의 강판이 남의 일 같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들 못지 않게 경기를 지켜보는 부모들은 입안이 바싹바싹 타 들어갈 정도로 애간장이 탄다. 서씨는 서재응이 1승 이후 타격의 지원을 못 받고 몇 경기를 그냥 넘어갈 때에는 130-70이던 혈압이 90-70까지 내려가며 3kg 이상 체중이 빠지기도 했다고 토로한다.
시합 전날엔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서씨는 부인 최경자씨와 함께 매달 두 번 정기적으로 절을 찾는 것 외에도 시합 전날에는 꼭 불공을 드리러 장성 부근의 영천사를 향한다. 어머니 최씨는 지난 7년 동안 새벽기도는 물론 깊은 산에서 생식을 하며 갖은 정성을 쏟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영천사에서 만난 서씨 부부의 불공드리는 모습이 마치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 부모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서재응은 시간날 때마다 부모한테 안부 전화를 자주 하는 걸로 유명하다. 선발 경기에서 교체되어 내려오면 라커룸에서 어깨 부분에 아이싱(얼음마사지)을 하면서도 전화를 잊지 않을 정도다. 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는 아버지와 그날 경기에 대한 부자지간의 설전(?)과 분석을 벌이며 애틋한 부정을 나눈다.
“아직까지 ‘축하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대화 속에서 서로 느끼는 거죠”라고 말하는 서씨는 7월 중순 미국으로 들어가 3년 만의 뜨거운 상봉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99년 5월 부상으로 수술한 이후 2년 넘게 걸린 재활기간 동안 인내심과 의지를 키워주기 위해 부부의 미국행을 미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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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중근의 아버지 봉동식씨가 자신의 택시에서 아들이 메 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되길 바란다며 엄지손가락을 세 워 보이고 있다. 대한매일 | ||
“어떤 손님은 정말 아버지냐고 몇 번이나 확인하기도 하고, 만난 게 영광이라며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야구 이야기를 끝내지 못하는 손님들도 있어요. 사인볼 달라고 떼를 쓰는 손님도 있는데 모두 모두 고마울 뿐이죠.”
가끔 아들의 승전보를 듣게 되는 날이나 아들이 그리울 때에는 미국에서 보내온 소속팀 모자를 쓰고 기분을 내기도 한다.
“마흔에 낳은 늦둥이다 보니 주책없이 아들 자랑해도 노인네라고 이해해 주는 것 같아요. 솔직히 중근이가 경기에서 이긴 날은 손님에게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하다니깐요.”
사실 봉씨는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휴대폰 번호를 자주 바꾼다. 인터뷰 요청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요즘은 건강 때문에 가끔 핸들을 놓고 쉬는 날도 있지만 봉씨는 아들 생각만 하면 만병통치약을 복용한 것처럼 힘이 난다고 한다. 봉중근이 첫 월급으로 보내온 옷 선물을 받을 때의 진한 감정은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는다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골프선수 박지은의 아버지가 우승할 때마다 손님들에게 ‘한턱 쏘는’ 것처럼 봉씨도 아들이 앞으로 1승을 올릴 때마다 택시비를 아예 받지 않을 예정이라며 오늘도 힘차게 핸들을 돌린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