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월드컵 때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김남일의 팬들이 각종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 ||
지명도가 높은 선수일수록 팬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팬들에게 그들의 ‘우상’은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스포츠 스타들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팬이 있게 마련이다.
[고전형]
열성 팬들은 경기장에서 응원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숙소와 연습장을 따라다니며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려 한다. 이런 열성 팬들에게 팬레터와 정성스런 선물을 통해 스포츠 스타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기본. 선수들은 숙소에서 팬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와 선물을 펴볼 때면 절로 힘이 솟는다.
세계 최연소 3백홈런의 대역사를 쓴 라이언킹 이승엽(27·삼성 라이온즈)은 “수십 장짜리 엽서를 붙여 일일이 깨알 같은 글씨를 써서 보낸 여성 팬을 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생각처럼 팬레터나 선물이 많지는 않다”며 “제 팬은 모범생(?)”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은퇴한 황새 황선홍(35·전남 드래곤즈 코치)은 자신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대형 캐리커처 액자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열성 팬이 직접 그려서 보내준 것으로 황선홍은 이 팬의 정성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고전형’ 열성 팬들은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해 힘을 합쳐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유명 스타들의 팬 카페가 온라인에 속속 개설되면서 이들은 원정응원, 생일 잔치 마련 등을 통해 팬과 선수의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고 무대 중 하나인 스페인리그로 진출한 이천수도 숙소에서 팬클럽 회원들과 생일파티를 벌여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스토커형]
스포츠 스타에 대한 애정이 정도를 지나칠 경우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런 팬들을 오히려 잊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공청소기 김남일(27·전남 드래곤즈)은 아줌마 팬이라면 지금도 바짝 긴장한다. 지난해 월드컵 기간 중 숙소로 사용하던 경주의 한 호텔 미장원에 들렀다가 아줌마 팬들에 둘러싸여 한시간 동안 옴짝달싹 못하고 감금(?)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농구코트의 ‘황태자’ 우지원(30·울산 모비스)은 “내가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는 여성이 있었는데 초대장도 없이 결혼식장에 들어와 신부대기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며 “거의 스토커 수준의 팬이었다”고 털어놨다.
프로야구계의 미남스타로 유명한 L구단의 P선수는 다시 기억하기 싫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여성 팬에 관한 ‘추억’을 갖고 있다. P선수는 신인시절 한 여성 팬의 끈질긴 스토킹에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기도 했다. 당시 이 여성 팬은 P선수를 쫓아다니며 만나줄 것을 요구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고 인터넷에 유포하는 사실상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나 P선수측이 팬의 행위가 지나친 애정 때문임을 감안, 선처를 베풀어 사건은 일단락됐다.
[신체훼손형]
일부 극성 팬들은 그들의 우상인 스포츠 스타들의 유니폼이나 심지어 머리카락 하나에도 집착을 보인다. 때문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스타의 ‘일부’를 갖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자주 벌어지곤 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27)도 극성팬에 신체의 일부를 선물(?)한 경험을 갖고 있다. 홍성흔은 “1999년 신인 시절 롯데와의 경기에서 한 여학생이 모자를 뺏으려고 너무 세게 잡아채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힌 적이 있다. 그래서 한동안 머리에 ‘땜빵’이 생겼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극성 팬도 밉지는 않은 눈치다. 그만큼 팬들의 사랑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