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짐은 지난 4일부터 감지됐다. 정 의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 다녀온 뒤 기자들에게 “청와대에 ‘선거구 획정 문제와 경제법안 연계불가’ 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이 같은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청와대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법과 민생법안을 연계해달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는데 정 의장이 우리 뜻을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의 본뜻은) 선거법에 앞서 이들 법안이 처리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의장에게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정 의장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 의장을 향해 “의장직을 활용해 이미지 정치를 하는 느낌”, “경제난과 청년 일자리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는 등의 직설적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이 입법부 수장이자 여권의 원로격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정 의장은 이 같은 청와대의 비판에도 ‘쟁점법안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재차 밝히는 등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측이 ‘공직선거법과 민생법안을 연계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 “그렇다면 연계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그것(선거법과 민생법안을 연계하지 않는 것은)은 아주 당연한 일이고,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