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7일) 챔피언스리그 1차전을 치르고 오늘 오전 회복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에 아직까지 얼떨떨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을 지울 수가 없네요.
월드컵 8강전에서 만난 스페인 대표 출신 모리엔테스가 속한 AS모나코는 탄탄한 조직력이 돋보이는 팀이었어요. 막강한 수비를 뚫기가 힘들었고 공격 쪽에서도 부진한 바람에 결국 1-2로 지긴 했지만 후반전에 조금만 더 분발했더라면 무승부를 이룰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 팀은 AS모나코와의 경기를 앞두고 홈에서 열리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전날 합숙을 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히딩크 감독의 ‘정열적인’ 설명이 곁들여지는 비디오 분석을 통해 작전도 짜고 맡은 역할에 대해 복기를 거듭하는 등 모처럼 진지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팀워크를 다져갔습니다.
문제는 제 자신입니다. 아직까지도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상하게도 연습할 때는 펄펄 날다가도 본 게임에만 들어가면 몸놀림이 굳어지는 거예요. 적응력 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렸는데 문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시간과 경험만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어요. 공언하건대 앞으로 한 달 내에 몸 만들기서부터 적응력까지 ‘풀코스’로 해결해 보려고 해요. 아마도 올 초 무릎 부상으로 리그를 쉬었던 게 아직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요.
21일은 (송)종국이형이 소속된 페예노르트와의 원정 경기가 열립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당한 수모(?)를 라이벌팀인 페예노르트와의 경기에서 만회하고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라 아마도 경기가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물론 이 글이 독자 여러분에게 읽힐 때면 이미 그 결과가 나와 있겠지만요.
좀 더 침착하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제 단점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면서도 실전에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자주 되풀이돼선 안되겠죠. 외국 선수들과 생활한다는 것, 감독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아무리 떨치려고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 등이 ‘짬뽕’이 돼 제 발을 자꾸 무겁게 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눈에 제 발놀림이 가벼워 보일 때가 있다면 ‘박지성이 드디어 네덜란드 리그에 적응을 했구나’ 하고 축하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날이 빨리 오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9월18일 에인트호벤에서
※21일(현지시간) 에인트호벤과 페예노르트전에선 에인트호벤이 3-1로 페예노르트를 제압했지만 박지성은 후반 시작과 함께 롬메달과 교체됐다.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