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 인물 영입 급브레이크 걸렸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 측에 따르면 김선현 교수가 더불어민주당 입당 당시 문재인 대표에게 선물한 그림도 위안부 할머니 작품 사본이다. 연합뉴스
김 교수는 6일 입당 인사말을 통해 “정치를 바꿔야 치유되는 상처가 있다”며 “상처받아 찢어진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이제는 정치와 국가 시스템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국민의 상처를 대하는 태도가 국가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김 교수가 그 동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심한 갈등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 <일요신문>에 의해 처음 포착됐다. 김 교수는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과 최근까지 할머니들의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두고 ‘내용증명서’와 ‘합의(제안)서’까지 오가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나눔의 집’ 측은 김 교수가 작품을 그동안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김 교수는 이를 정면 반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 교수와 ‘나눔의 집’의 인연은 지난 200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눔의 집’ 측에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김 교수에게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수행토록 의뢰했다. 이는 정부지원사업의 일환이었으며 ‘나눔의 집’은 당시 800만 원을 김 교수에게 지급했다. 해당 지원금은 2009년 7월과 12월 전·후반기 두 차례에 걸쳐 김 교수에게 지급됐으며, 강사료 600만 원과 보조강사료(김 교수는 제자 교통비로 표현) 200만 원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완성한 작품 100점이 나오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첫 번째 논란은 김 교수의 책이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2012년 당시 우리는 오직 ‘학술적 목적’으로만 이용한다는 조건으로 김 교수에게 할머니들의 작품 100점과 미술치료 사진 25점 등 총 125점의 작품을 빌려줬다.그런데 김 교수는 얼마 후 약속과 달리 ‘역사가 된 그림’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앞서의 작품을 아무런 동의 없이 책에 무단 사용했을 뿐 아니라 할머니에게 상처가 될 민감한 내용까지 실었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논란은 국가지정기록물 등재 문제다. 앞서의 관계자는 “김 교수는 급기야 2014년 12월 해당 작품들을 우리의 동의 없이 소유자를 본인으로 하여 국가기록원에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했다”라며 “이후 우리는 계속해서 김 교수에 해당 작품의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지난 2015년 10월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나눔의 집’ 측과 작품 소유권을 두고 이견이 일기 시작한 이후였던 2015년 8월엔 해당 작품의 ‘국회 전시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당시 작품전시회는 2014년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6일간 열렸으며 의원회관 3층에서 박영선 더민주당 의원실 측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나눔의 집’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당시 우리는 이미 김 교수 측에 작품 반환을 요구했던 터였다”라며 “그럼에도 그는 우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작품들을 전시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나눔의 집’ 측은 법인 내부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10월 30일 변호사를 통해 김 교수 측에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작품에 대한 사용금지와 반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2015년 11월 30일까지 김 교수가 소유자로 등재돼 있는 작품들의 국가지정기록물 지정을 ‘나눔의 집’ 측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연히 김 교수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법인은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제야 김 교수는 2015년 11월 10일, 100점의 작품 중 91점을 ‘나눔의 집’에 반환했으며 국가지정기록물 소유자 명의도 ‘나눔의 집’으로 변경했다. 나머지 9점은 공예 작품인 관계로 사진만 존재할 뿐, 실제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나눔의 집’ 측에 작품의 학술, 연구, 공익 등 포괄적 사용 권한을 보장해달라는 합의서를 두 차례에 걸쳐 보냈다.
이에 대해 ‘나눔의 집’ 측은 “김 교수의 합의 제안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라며 “작품의 활용을 원한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우리와 합의하에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과 나눔의 집 전경.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하지만 김 교수는 앞서의 ‘나눔의 집’ 측의 주장과는 상반된 답변을 내놨다. 무엇보다 “학술적 목적으로 빌려줬다”는 ‘나눔의 집’ 측의 전달 경위 자체를 부정했다. 그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애초부터 당시 그 일은 봉사차원이었다. 내가 자원했고, 마침 ‘나눔의 집’ 측에선 정부지원 사업이 있다고 하여 지원금을 받았다. 그마저도 전반기 강사료 300만 원은 다시 ‘나눔의 집’ 측에 기부했다”라며 “워낙 나를 편하게 대해줬다. 나와 우리 제자가 참여해 나온 작품이었고, 작품을 그쪽에서 우리에게 빌려주었다기보단 그저 흔쾌히 보관하라고 하셨다. 애초부터 ‘학술적 목적’ 등 작품 사용 조건이 규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보관했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첫 번째 문제인 2012년 저서에 무단으로 작품을 삽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애초 나는 ‘나눔의 집’ 측에서 책을 내길 바랐다. 하지만 ‘나눔의 집’ 측에선 예산 부족을 이유로 어렵다고 했고, 결국 내가 책을 냈다”라며 “이는 분명 당시 ‘나눔의 집’ 측도 동의한 부분이다. 게다가 난 얼마 안 되는 인세 100만 원에 후원금 100만 원을 더 보태 ‘나눔의 집’ 측에 전달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세 전달 부분에 대해 ‘나눔의 집’ 측은 “당시 그것은 정식으로 산출된 인세가 아닌 단순한 후원금 형태였다”라고 재차 반박했다.
또 다른 문제의 핵심인 2014년 12월 국가지정기록물 등재 문제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당시 여성가족부와 국가기록원 측에서 직접 내게 제안이 와서 행했을 뿐”이라며 “이후 2015년 7월 ‘나눔의 집’ 측에서 소유자 명의를 ‘나눔의 집’ 측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그때 난 ‘현재 진행 중인 법인의 신축 센터가 완성되면 그곳에 전시할 수 있로록 돌려주겠다’고 이미 말했다”라고 답변했다.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고 국회에 작품을 전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히 당시 박영선 의원실을 통해 전시와 관련한 공문을 (나눔의 집에) 전송했다”라며 “그 당시는 ‘나눔의 집’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반환 요청을 하지 않았었고, 당시 전시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눔의 집’ 측에선 몇 년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또한 그쪽에서 원하는 대로 국가지정기록물 소유자 변경도 해드렸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는 이러한 사료들을 더 많이 연구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장려하고 있다. 난 그 문제가 중요했지 결코 뭔가를 얻기 위함은 절대 아니었다. 왜 갑자기 이 문제가 불거졌는지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교수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갑질 의혹, 논문 표절 논란 등 또 다른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자 그는 9일 자정 스스로 영입인재 지위를 내려놨다. 6일 더민주당 여성 인재 영입 1호 인사로 영입되며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지 사흘만이다.
한편 김 교수의 낙마는 문재인 대표와 더민주당 측에도 도덕적·정치적 생채기를 남기는 등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분당 사태에 직면한 문 대표가 외부 인재영입 카드로 승부수를 띄운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문 대표의 영입 행보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