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공직자부터 산하기관까지 왜 이래?
지난 2015년 4월 23일 A 씨는 미래부 주관으로 부산에서 열린 워크숍 행사에 참여했다. A 씨는 이 행사에서 만난 산하기관 여직원 B 씨와 행사가 끝나고 회식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A 씨와 B 씨는 이날 행사에서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경찰에 “A 씨가 자신을 사무관 제조기라면서 (미래부) 본부로 영전시켜주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발언 이후 A 씨는 B 씨의 손을 잡으며 만지는 등 지속적으로 성희롱, 성추행하기 시작했다.
A 씨의 성추행은 10시를 넘어서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1차를 마치고 2차로 옮기기 위해 길을 걷던 중 갑자기 A 씨는 B 씨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성기에 가져다 댔다. 그러면서 A 씨는 ‘오늘 밤은 안 되겠지?’라고 말했다. 2차에서도 이 같은 일은 계속됐다. A 씨는 B 씨의 왼쪽 발목을 손으로 잡는가하면 엉덩이를 치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은 금세 알려져 A 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사건 초기 A 씨는 “다섯 명이 오픈된 장소에서 테이블 하나에 앉았다”며 “손만 잡고 서로 흔들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인사이동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 부서에 사무관이 비면, 그 자리에 와서 열심히 일하자는 뜻”이었다고 일축했다.
최근 <일요신문> 취재결과 A 씨는 성추행 사건으로 지난해 9월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A 씨의 해임이 성추행 사건과 관련 있는 것은 맞다. 다만 혐의를 인정했는지 여부나 현재 거취, 심경 등은 사생활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래부 관계자도 “A 씨가 혐의를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A 씨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결정된 징계사항을 인사권자가 적용했기에 A 씨가 승복했는지 불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알지도 못한다”라고 전했다. A 씨의 혐의 자체가 미래부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일요신문>은 A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개인 휴대폰 번호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A 씨는 강제추행으로 인한 불구속 기소 상태라고 알려졌다. 앞으로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다퉈야할 것으로 보인다. B 씨와 합의가 됐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성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성폭력특별법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나 형법상 강제추행은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기 때문에 고소취하 등을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계속 수사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선처탄원서 등을 법원에 제출하면 죄의 무게가 크게 덜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 씨 사건 전부터 미래부 관련 성폭력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 201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송호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래부 산하 25곳 기관의 성추행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2013년 7월 미래부 산하 기관장은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외국 여성 임원을 성추행해 문제가 됐다. 이 기관장은 같은 해 11월 사임했다. 2013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는 고위 간부들이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이들은 정직처분을 받았다. 2014년 미래부 산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간부는 제주도 출장 중 계약직 여직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 간부는 정직 3개월 처분에 그쳐 논란이 일었다.
미래부는 A 씨 사건 이후 ‘권력형 성추행’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곧바로 예방교육을 실시하며 고위직도 반드시 참석하라고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A 씨 사건 이후 직장 내 성희롱 방지 교육 등을 확대하고 있고, 올해도 이 같은 방침을 지속시켜나갈 것”이라면서도 “산하기관까지는 미래부에서 담당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