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에 임하는 구단 관계자의 한결같은 원칙은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얻자는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구단의 이런 요구에 순순히 응할 선수는 한 명도 없어 보인다. ‘말발’ 센 관계자들의 노련미에 맞서 선수들 또한 협상의 요령을 조금씩 터득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봉협상 관계자들은 ‘앞으로 협상은 점점 더 지능화(?)된 머리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구단측 담당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수는 ‘막무가내’ 스타일이다. 일단 원하는 액수보다 ‘상당히’ 높게 불러놓고 차츰 구단과 조율해 나가겠다는 식. 대개의 경우 구단이 선수에게 처음 제시하는 액수가 상한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선수들도 익히 알고 있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서로가 생각하는 액수의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김영진 부단장(성남 일화)은 “요즘 선수들이 얼마나 맹랑한 줄 아느냐. 그나마 후하게 준다는 우리 구단에서도 선수들이 쉽게 ‘OK’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협상을 어렵게 하면 할수록 그 선수는 다음 시즌에 부진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며 다섯 번 안에 협상을 끝내면 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단장이 치른 최고의 ‘장기전’은 A선수와 갔던 10번의 마라톤 협상이었다고.
한편 신인급이냐 아니면 베테랑이냐에 따라서 협상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최근 FA제도의 시행으로 선수들의 발언권이 많이 강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신인급 선수들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반면 대화가 잘 통하지 않거나 특별한 근거 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선수는 대부분 ‘닳고닳은’ 노장급 선수들이라고.
이재하 국장(안양 LG)은 “사실 구단 관계자로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연봉을 협상하는 거다. 한솥밥을 먹는 선수들에게 구단이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선수들 입장에서는 섭섭한 게 사실인데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것도 곤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이 국장은 가장 예뻐 보이는 선수는 ‘한 번에 도장을 찍는 선수가 아니라 자신이 요구하는 몫에 대한 정당성을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하는 경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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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10 1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