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지사 “누리과정 경기도가 책임지겠다”
“아이들 교육은 정치에 좌지우지 되선 안 돼”
[일요신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경기도 연정을 통해 여야 정치화합과 안정을 이뤄 새로운 대한민국의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던 남경필 지사가 최근 누리과정 폭탄을 혼자 끌어안은 채 자신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연정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경기도의회의 후진국형 정치싸움으로 사상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겪고 있기도 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후 가진 오찬회동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교육연정의 시작/서동철기자 ilyo1003@ilyo.co.kr>
경기도는 12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누리과정 예산 지원 중단에 따른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2개월분의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수정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수정예산안 규모는 지난해 11월 도가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보다 2천억 원이 늘어난 19조 8,055억 원으로 늘어난 2천억 원은 지방세 추가분으로 충당하고, 이 가운데 교육협력국 교육협력사업에 2개월분 누리과정 예산 910억 원을 편성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가 허리띠를 졸라매서 보육예산을 마련한 만큼 이제는 경기도의회 더불어 민주당과 경기도교육감이 도내 35만 아동과 학부모에게 답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번 예산안이 가결된 후에도 2월말까지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3월 추경을 통해 나머지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0일 누리과정 긴급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남경필 지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선 최소한의 예산을 세워 보육대란의 급한 불은 끄고 중앙정부, 국회, 교육청과 해법을 찾는데 힘을 모으자. 최선을 다한 이후에도 문제 해결이 안되면 경기도의회와 협의해 경기도가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과 경기도교육청은 이내 입장차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누리과정 예산을 왜 경기도가 대신해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재정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누리과정 예산으로 인해 경기도 교육자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예산해석을 두고 이재정 교육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남 지사를 비난한 적이 없다. 도 예산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얘기하지 않았다”며, “누리과정 관련(저와 경기도의회가) 정치적인 행동을 한다고 한다. 누리과정을 정부가 못하면 경기도가 다 하겠다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경필 지사가)도의회와 연정하면서 사회통합부지사를 뒀는데 누리과정이야말로 통합부지사가 해야 할 일”이라며, “누리과정에 앞서 초·중·고 교육재정자체가 근본적인 위기 상황이다.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인 만큼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11일 누리과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야 역시 보육대란을 막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예산반영을 두고는 입장차가 크다. 경기도의회 김현삼 더불어민주당 대표(안산7)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중앙정부에서 책임져야할 문제인데, 지방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이번에 반드시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승철 새누리당 대표(수원5)는 “눈앞에 닥친 보육대란은 막아야 한다. 일단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라도 편성한 후에,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대응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은 “보육에 있어서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보육이 국가책임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현명한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하루 빨리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2016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액은 5,459억원 (1개월 455억원)으로,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전액 삭감한 2016년 경기도 예산안을 상정했지만 이를 다수당의 횡포라며, 도의회 의장석을 점거한 새누리당에 의해 결국 경기도는 준예산 사태로 새해를 맞게 되었다. 여야 모두 보육대란을 막기위해 분주해보이지만, 여전히 골이 깊다.
경기도의회 강득구 의장(가운데)과 김현삼 대표(더불어민주당,오른쪽), 이승철 대표(새누리당,왼쪽)가 6일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와 면담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깨진 연정’이라는 비난의 원인이 단순히 누리과정의 예산반영 유무가 아닌 중앙정부가 자신들의 입장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경기도에 강요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총선 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무성 대표 등 당지도부간의 긴밀한 대화가 오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울보다 많은 전국 최대 규모의 경기도를 통한 누리과정 돌파구를 정부가 요청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도 “편향적인 교육시스템엔 문제가 있지만, 교육을 국정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당정과 차별화된 소신 있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남 지사였던 만큼 보건복지부의 성남시 3대 복지정책 재의요구 지시와 교육부의 누리과정 편성 압박을 수용하는 모습에서 이런 의구심들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경기도교육청은 정부의 입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답변은 남경필 지사의 입에서 나온 점도 이를 반증한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민선6기 도지사 취임과 동시에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과의 경기도 연정이라는 큰 정치패러다임을 추구해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일에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구분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민생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이다”고 연정을 강조했다.
실제로 남경필 지사는 사회통합부지사를 야당인사로 선출하는 등 도의회와 인사·예산연정, 교육청과 교육연정을 실시하였고, 도내 시·군, 강원도와 제주도 등 타 지자체와 상생·협력을 통해 연정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었다. 올해 송년사와 신년사에서도 연정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는 연정파트너로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해왔다.
남경필 지사는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을 위한 마음으로 진정으로 서로 협력하고 능률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앞으로 연정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 구조를 혁신하고 대한민국의 스탠더드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불과 2개월 전의 순항 중이던 경기도 연정의 모습에서 보육대란의 위기 속에 펼쳐지는 여야 정치권의 갈등의 모습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 실험과 정치실험,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