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여성 A 씨(24)는 친구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불쾌한 일을 당했다.
영화 시작 후 입장해 옆자리에 앉은 윤 아무개 씨(44)가 30분쯤 지났을 때 팔걸이 아래로 손을 뻗어 자신의 허벅지를 쓰다듬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우연히 스친 줄 알았으나 윤 씨의 성추행은 몇 차례 더 반복됐다.
이에 A 씨는 윤 씨가 자신을 추행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해 윤 씨의 인상착의를 파악했다.
A 씨는 윤 씨의 얼굴을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씨는 또다시 손을 뻗어왔다. A 씨는 윤 씨의 손을 피해 몸을 뒤로 움직였고 자리를 옮겨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윤 씨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뒤따라 상영관을 나간 A 씨는 영화관 직원에게 윤 씨의 인상착의와 피해상황을 얘기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영화관 직원에 의해 출동한 경찰은 화장실에 숨어있던 윤 씨를 체포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윤 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자신이 그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것은 맞지만 A 씨의 옆자리에 앉아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A 씨가 어두운 곳에서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일한 증거인 A 씨의 진술이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윤 씨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게 된 상황과 윤 씨로부터 추행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휴대전화 불빛으로 인상착의를 확인하는 과정, 그로 인해 기억하게 된 윤 씨의 인상착의 등에 관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자연스럽게 진술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윤 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윤 씨는 강간죄로 두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고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있었던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윤 씨는 항소했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광만)는 13일 “윤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