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4일 시장단 회의에서 축구단과 배구단의 해체를 결정했다. 같은 날 아침 권오손 축구팀 감독에게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명의의 ‘서울시청 축구부 배구부 해체’라는 제목의 공문이 전달됐다. 휴가중이던 이문섭 배구팀 감독에게도 5일 같은 공문이 전달됐다. 두 감독과 소속 선수들은 아연실색했다. 해체결정에 대한 논의는 물론, 일말의 언질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권오손 감독은 “처음엔 뭔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정도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즉각적으로 (해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선수와 감독 등 두 팀 관계자들은 이처럼 해체가 일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 이명박 서울시장 | ||
취재 결과 두 팀의 해체에는 최고위층의 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장단 회의 등에서 두 팀의 해체가 논의·결정됐으며 서울시 총무부가 실무를 맡았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어떻게 진행됐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인기 종목인 축구, 배구 대신 비인기 종목 육성을 위한 해체’라는 공식적인 말밖에는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시장은 12일 “서울시는 축구 배구 육상 등 6개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축구 배구 등 구기종목은 프로구단 운영, 세미프로화 등으로 인해 저변이 확대되는 등 창단 당시와 많은 변화가 있다”며 “공공기관은 민간부문에서 운영을 기피하거나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비교적 낮은 비인기 종목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해체를 결정했다”고 직접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 시장의 이 같은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 예산에 소외종목 육성비 명목으로 18억원을 배정하고, 내년 1월 여자축구단을 창단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체육계는 서울시의 이 같은 행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고개를 내젓고 있다. 두 팀은 인기 구기종목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홀대’ 받으며 영세하게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