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부산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 국가대표팀 평가전 모습. 이날 경기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 ||
현재 쿠엘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전력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다. 심지어 지금의 전력으로는 2006년 월드컵 본선은 고사하고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답변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월드컵 전사’들은 2006년 월드컵까진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수정 보완해서 대표팀을 이끌어나간다면 그리 비관적이진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먼저 지금의 대표팀 실력으로 2006년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를 묻는 첫 번째 질문에선 모두 6명의 선수들이 ‘예선 통과조차 어렵다’는 ‘너무나’ 솔직한 의견을 나타냈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해외파 선수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 그 중 J리그에서 활동중인 A선수는 “축구팬들은 2006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경우의 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만약 예선을 통과했다고 해도 지금의 실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는지조차 솔직히 확신이 안 선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생활하는 B선수는 “앞으로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한국팀은 2002년 당시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모든 상황을 감당해야 한다. 월드컵 4강 신화가 ‘거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면 지금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고참급에 속하는 C선수도 “‘쿠엘류호’에 승선해서 4게임을 뛰었다. 물론 지금의 전력이 베스트는 아니라고 해도 이대로라면 예선 통과는 버겁다”고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나이가 어린 선수들일수록 독일 월드컵에 대해 희망적인 ‘애드벌룬’을 띄웠다. 예선 통과는 물론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있다는 응답자가 3명이나 나왔는데 그 이유로는 2002월드컵에서 뛴 젊은 선수들 대부분이 2006년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단 이들을 받쳐주는 다른 선수들의 국제 경험이 뒤떨어진다는 사실이 조금은 걱정스럽다고. 3명의 응답자가 모두 유럽파라는 사실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월드컵 전사’들은 차기 독일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어떤 지도자를 내심 염두에 두고 있을까. 선수 입장에서 감독 이름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인지 ‘노코멘트’라고 대답한 응답자도 있었지만 대다수 선수들은 구체적으로 감독 이름을 제시하지 않았을 뿐 감독의 ‘출신 성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그었다. 즉 9명의 응답자 중 8명이 한국 감독이 아닌 외국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 것.
A선수는 그 이유에 대해 “한국 감독들은 아무래도 세계 축구의 흐름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럽이나 남미 축구에 해박한 지식과 많은 현장 경험을 쌓은 유럽 출신의 감독이라면 가장 적임자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개인적인 호감임을 강조하며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FC의 아슨 벵거 감독을 꼽았다.
월드컵 전사들은 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선수들의 정신력 해이와 연습 시간 절대 부족을 지적했다. ‘정신력 해이’라고 대답한 이유는 베트남과 오만전에서의 연패충격 때문. 또 다른 문제로 ‘연습 시간 절대 부족’을 꼽은 것은 월드컵 때와는 달리 하루, 이틀 전에 모여 발만 맞춰 보고 경기를 갖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유럽에서 활동하다 국내로 복귀한 D선수는 “월드컵 때는 ‘특혜’를 받은 것이고 지금과 같은 대표팀 운영이 정상적이라고는 생각해도 하루, 이틀 전에 모여서 사람 얼굴만 확인하고 경기를 뛰는 상태에서는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유럽파인 E선수는 일본처럼 유럽에서 평가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5명이 축구협회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을, 3명이 선수들의 실력, 2명이 감독의 능력을 꼽았다. 대표팀의 ‘입담꾼’으로 소문난 한 선수는 월드컵 때와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 뒤떨어진 협회의 지원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선수들이 흥이 나서 A매치 경기를 할 수 있게끔 다양한 ‘당근’들을 제시해줄 것을 내심 바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