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C조에 속해 있는 우리 팀이 요즘 ‘벼랑 끝 승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새벽(한국시간)에 벌어졌던 챔피언스리그 5차전, AS모나코와의 원정경기에서도 스페인의 간판 골잡이로 유명한 모리엔테스의 선제골에 일격을 당한 뒤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후반 헤셀링크의 동점골로 간신히 16강 탈락의 위기를 모면했거든요.
현재 에인트호벤은 2승1무2패로 3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만약 데포르티보(스페인)와의 마지막 6차전에서 2점 차 이상으로 이기지 못하면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고 ‘헛품’만 팔고 말 거예요. 마지막 경기가 홈에서 벌어지는 터라 약간의 기대는 하고 있지만 그 게임을 망치면 ‘꿈’이 날아가기 때문에 벌써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답니다.
한국에서 돌아온 뒤 처음 치렀던 NAC와의 경기부터 줄곧 원정을 다니느라 사실 체력적으로는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예요. 그래도 한국에 다녀온 후 기대했던 대로 정신적인 면에서 한층 여유가 생겼고 자신감도 많이 회복이 됐어요. 정말 한국에는 박지성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만한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주에는 동아시안컵대회가 일본에서 열리잖아요. 저야 팀 사정상 참가할 수 없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좋은 내용으로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한국대표팀은 분명 일본을 제치고 우승할 만한 저력과 실력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거든요.
많은 기자분들이 저한테 히딩크 감독과 쿠엘류 감독의 차이점을 아주 ‘쉽게’ 물어보세요. 솔직히 선수 입장에서 ‘감히’ 감독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박지성의 일기에서는 조금은 솔직히 두 분을 비교해 보기로 할게요.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의 조직력을 중요시한다면 쿠엘류 감독은 공격적인 면에서 감독의 지시보다는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믿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즉 선수들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를 읽을 수 있거든요. 또한 히딩크 감독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전술을 구사하는 반면 쿠엘류 감독은 큰 골격을 갖고 그 틀 안에서 선수들의 능력을 풀어가는 스타일이에요. 두 분 중 누가 더 능력이 뛰어난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부분은 저도, 팬도, 기자도 아닌 성적만이 말해주는 거니까요.
그러나 쿠엘류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유로2000에서 4강에 올랐다는 부분 만큼은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포르투갈 대표팀 멤버들이 화려하다고 해도 감독의 능력 없이는 4강까지 오르기엔 한계가 있거든요. 너무 쿠엘류 감독에 대해 비난만 하지 말고 쿠엘류 감독의 선이 굵은 축구가 우리 선수들과 자연스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힘과 용기, 그리고 지지를 보내주길 바랍니다. 여러분 쿠엘류 감독과 한국 대표팀에게 월드컵 때처럼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비스무레하게’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11월27일 에인트호벤에서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