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라” “나몰라라” 일본 경찰이 중재, 나라 망신 따로 없네…
일본 최초의 한인교회인 ‘동경교회’ 전경. 김해규 담당목사와 교단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동경교회의 홈페이지와 안내서 등을 보면 현재 김해규 씨가 교회의 담당목사라고 소개돼 있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동경교회 담당목사로 청빙돼 위임받았다. 그러나 김 씨는 지난해 7월 2일부로 교단으로부터 목사 면직 확정판결을 받았다. 더는 재일대한기독교교회에서 목사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김 씨는 여전히 동경교회의 목사로 단상에 올라 설교를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교단과 동경교회 장로로 있는 A 씨는 김 씨가 교단의 헌법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동경교회를 운영해 결국 목사직 면직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김 씨는 동경교회 목사로 선임된 직후부터 교단의 헌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과 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내 공동의회를 중심으로 교회를 자신의 뜻대로 운영했다고 한다. 이에 교단에서는 여러 차례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김 씨는 “교회의 최고 의결기관은 공동의회”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동경교회는 김 씨를 지지하는 장로 5명과 반대하는 장로 4명으로 나뉘어 편을 가르고 다툼을 벌이는 양상이 됐다. 그러던 중 장로 선거 부정개표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2013년 1월 동경교회는 새로운 장로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실시했는데, 개표 과정에서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임 아무개 장로가 있었다. 임 장로는 지난 2009년 차기 담임목사 결정 과정에서 김 씨를 강하게 추천해 선임되도록 이끈 인물이라고 한다.
결국 동경교회 당회에서는 임 장로를 장로직에서 면직하고, 다른 장로들 역시 공동책임을 지고 3개월간 자숙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김 씨는 교인들의 의견이라며 결정된 자숙안을 뒤집고, 모든 장로들에 대해 재신임을 묻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장로가 재신임을 받지 못해 추가로 면직됐다.
그런데 문제는 재신임이라는 규정이 교단의 헌법에 없다는 것이다. 교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교단 헌법에 신임투표를 통해 목사와 장로를 면직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발생하면 꼭 교회에 분열이 일어났다. 이에 교단에서는 이런 문제가 기독교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면직시킬 수 있는 조항을 없앴다”며 “그런데 김 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헌법을 지키지 않고 재신임을 강행해 장로들을 면직시켰다. 그래놓고 동경교회 내 공동의회의 의결에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를 폈다”고 밝혔다.
특히 A 씨는 면직된 두 명의 장로가 평소 총회 헌법을 자주 거론하며, 김 씨에게 바른말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즉 자신의 독단적 운영에 반기를 드는 장로들을 잘랐다는 것이다. 또한 A 씨는 “임 장로가 면직이 되자 ‘김 씨가 시켜 부정개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김 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교인들.
이러한 결정에 김 씨는 총회에 항소했고, 총회는 같은해 12월 판결을 완화해 조건부 정직을 내렸다. 당시 총회에서 제시한 정직 해소 조건은 헌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 면직된 장로들에 대한 복귀, 선교부담금 납부 등 분란 과정에서 진행되지 않은 업무의 조속한 진행 등 3가지였다. 하지만 김 씨는 이러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교단에서는 지난해 7월 면직 판정을 확정한 것이다.
교단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김 씨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교단에서는 헌법에 재신임을 묻는다는 조항이 없는데 왜 했느냐며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나는 헌법에 법 자체가 없는데 왜 법을 위반했냐고 하느냐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 차이로 발생한 충돌”이라고 했다.
선교부담금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선교부담금은 일종의 교단에 내는 세금이다. 교단과의 관계가 끊어졌으니 부담금을 내지 않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언제든 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 씨는 이미 ‘교단 탈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씨는 “동경교회는 이미 지난해 1월 교인 3분의 2의 찬성을 받아 교단 탈퇴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재일대한기독교교회라는 포괄단체에 포함돼 있었는데 이제는 그 목적이 다르니 갈라선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일본 도쿄도에 제출할 탈퇴신청서를 준비하기 위해 법적 수속을 밟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A 씨는 교단 탈퇴 찬성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도 결격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김 씨는 교단 탈퇴를 위한 공동의회를 소집할 당시 정직상태였다. 김 씨는 소집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애초에 무효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에서 선거를 하면 예배당 문을 잠가 출입을 금지시켜야 한다. 또한 한 사람씩 정해진 장소에 나가 투표를 해야 공정한 것 아니냐. 그런데 교단 분리 투표날에는 예배당 문을 잠그기는커녕 김 씨 측에서 교회 곳곳을 돌아다니며 투표를 받아 관리가 전혀 안됐다. 또한 그동안의 관례를 벗어나 아이들에게까지 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동경교회는 1908년 독립운동가 조만식 선생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그러면서 A 씨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김 씨가 동경교회에 처음 왔을 때부터 교인들과 교단을 이간질하고, 교회 인사권을 자신에게 몰아달라고 한 것이 처음부터 동경교회를 자신의 손에 넣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김 씨가 교단을 무시하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결국 돈 문제가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교단 관계자는 “동경교회 1년 예산은 1억 엔(약 10억 원) 가까이 된다. 연간 250만 엔(약 2500만 원)으로 운영하는 교회들도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일본에서는 큰 액수”라며 “총회 소속 아래서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뜸했다.
현재 A 씨 등 김 씨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장로와 교인들은 매주 일요일에 교회 앞에서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들고 김 씨가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 씨는 “우리는 지금 일본에 살고 있다. 한국인들이 일본까지 와서 편을 갈라 다툼하고 알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알려진다면 얼마나 창피하겠나. 그래서 일요일에만 항의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근 동경교회 내에서는 양측 세력의 다툼 양상이 과격해지면서 일본 경찰이 예배당으로까지 출동해 중재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경교회 인근에 사는 한 일본인은 “교회에서 교인들이 모여 지난 1일 말다툼을 벌이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러한 충돌이 벌어진 것은 교단의 헌법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교단 헌법이 오래돼 발달돼 있지 않다. 그래서 해임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잘못을 했는데 손도 못 대는 것이 말이 되느냐. 상식적으로 용납이 안 된다”고 했다.
교단 관계자는 “교단 역사가 100년이 넘고 다양한 교단이 모여 큰 틀에서 헌법을 간단하게 만들다 보니 해석의 여지가 많은 면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교단은 99개 교회로 키우면서 관계를 사이좋게 유지했고, 소수민족으로 권익을 지키기 위해 좋은 일도 많이 했다. 그런데 김 씨 개인의 욕심으로 이러한 극단적 상황까지 몰고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단과 김 씨 양측은 모두 올해 상반기 내로 이번 사건이 결론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씨는 “교단 탈퇴를 위한 법적 수속을 밟고 있는 만큼 올 상반기 내에 결론이 날 것”이라며 “이러다 교단과 극적으로 화해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교단 관계자는 “김 씨가 목사직을 면직되고도 동경교회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김 씨를 옹호하며 편을 가르는 5명의 장로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교단에서는 다시 치리부를 조직해 5명의 장로에 대해 징계를 내릴 예정에 있다”이라고 말했다.
과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일본 최초의 한인교회 동경교회의 운명은 어떤 식으로 결론나게 될까.
일본 도쿄=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