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의 초창기 카메라 모델(출처=코닥 홈페이지)
1888년 뉴욕 로체스터 은행의 서기였던 조지 이스트먼은 현대식 감광필름 양산에 성공하며 사업의 첫 발을 떼게 됩니다. 창업과 함께 이스트먼은 개인용 카메라 양산도 시작하며 이른바 제국의 주춧돌을 마련합니다. 코닥의 필름 판매 수입은 거의 독보적이었습니다. 일본의 캐논, 니콘 등 후발 주자들의 카메라 시장 진출에 카메라 양산 사업에 큰 타격을 얻기도 했지만 80~90년대엔 1회용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며 건재를 과시합니다. 1990년 코닥이 전 세계에 팔아치워버린 1회용 카메라만 1억대가 넘게 집계될 정도.
코닥은 세계적 기업이되었고, 2000년 기준으로 150여 개 국가에 8만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규모를 자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코닥은 점점 변화하는 세상을 읽지 못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알고도 현실을 거부했다는 표현이 정확했습니다.
사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개발한 업체였습니다. 1975년 코닥의 전자 사업부 엔지니어였던 스티브 세손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CCD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코닥은 무서웠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확대된다면, 향후 자신들이 쥐고 있었던 아날로그 필름 시장을 놓치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코닥은 본인들이 가장 먼저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 놓고도 이에 대한 상용화 작업을 중단시켰습니다. 디지털 억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던 것이죠.
이 선택은 코닥에 있어서 재앙이 됩니다. 90년대 후반 후발 주자들은 이미 디지털 카메라 양산과 상용화에 올인했고, 코닥은 부랴부랴 흘러간 시간을 쫒고자 했지만 어림 없었습니다. 결국 코닥은 옛 영광을 재현하지 못한 채 어둠의 길을 걷게 됩니다. 현재 코닥은 필름 및 카메라 사업부를 매각함과 동시에 ‘인쇄의 기술적 지원, 전문가들을 위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분야에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