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관들이 본 스포츠스타들의 훈련소 생활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스포츠스타들과 한 달간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교관들은 한결같이 선수들이 일반 훈련병보다 모범적인 생활을 했다고 평했다. 이는 오랫동안 단체생활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라는 게 교관들의 분석.
그렇다면 교관들이 털어놓는 이른바 최고의 ‘군대 체질’은 누구일까. 2002월드컵이 만든 새로운 영웅 김남일(26·전남 드래곤즈)과 농구코트의 특급가드 김승현(25·동양 오리온스)이 막상막하의 평점을 받았다. 김남일과 김승현은 훈련병들이 직접 선출하는 중대장·소대장 훈련병으로 각각 뽑혀 일반 훈련병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동기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았던 김남일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훈련병들을 통솔하며 중대장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고.
김승현의 훈련을 담당했던 55사단 윤덕현 대위는 “승현이는 면담에서도 ‘구단에서 항상 막내생활만 했는데, 군대에서 소대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생활한 게 선수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해 교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 짧고 굵었던 군사훈련을 훌륭히 마친 김남일, 박지성, 안정환(왼쪽부터). 스포츠스타들은 대부분 모범적이었다라는 평가다.(김남일, 박지성 사진 - 국민일보제공) | ||
박지성이 한 달간 훈련을 받았던 맹호부대 훈련소 김남원 대위는 “박지성은 주간 10발과 야간 5발 사격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고, 영점 사격에서도 가장 점수가 높아 훈련소장이 수여하는 ‘맹호메달’을 받았다”면서 “운동신경이 탁월해서인지 처음 쏘아보는 것인데도 저격수로 손색이 없을 만큼 사격 실력이 뛰어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밖에 배구선수 이경수(24·LG화재)는 10발 중 9발, 신진식(28·삼성화재)도 20발 사격에서 16발을 표적지 중심에 맞춰 보통 이상의 사격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운동선수로서 적합한 신체조건이 군인으로서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아 고생한 스타들도 적지 않다. 빼어난 사격 솜씨를 보였던 이경수(키 197)가 대표적인 케이스.
큰 키로 인해 이경수는 기수로 뽑혔다. 하지만 2m에 육박하는 키가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냈다. 부대 깃발을 잡고 훈련병들의 맨 앞에 서서 제식훈련을 받던 이경수. 보폭이 동료 훈련병들에 비해 훨씬 길어서 줄곧 종종걸음을 연습해야만 했다.
훈련병은 ‘군기’가 생명. 교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가장 군기가 바짝 든 스타 훈련병은 신진식인 듯하다. 17사단의 이상은 중위는 “신진식은 소리를 하도 질러대는 바람에 목이 쉬어서 고생을 했다”며 “군기가 바짝 들긴 했지만 훈련소 생활을 하며 정이 들었는지 퇴소 후 한참이 지난 얼마 전에도 전화를 해 ‘배구경기 보러 오라’고 했다”고 흐뭇해했다.
사회와 격리된 훈련소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반지의 제왕’ 안정환(27·시미즈 S펄스)은 지극한 아내(이혜원)사랑을 과시했다. 훈련이 끝난 뒤면 어김없이 아내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를 보내 동료 훈련병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스포츠스타들이 훈련소 내에서 자신의 본업(?)을 뽐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가능하면 일반 훈련병들과 똑같이 생활하도록 배려했기 때문. 하지만 박지성은 훈련소 족구대회를 통해 빼어난 헤딩실력을 선보였다. 김남원 대위는 “발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기가 막힌 헤딩을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그 뒤로 지성이 경기를 볼 때마다 멋진 헤딩슛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뛰고 구르는 게 일과인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은 항상 배가 고프게 마련이다.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김남일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스타일을 구기기도 했다는 것. 훈련 기간 중 단체 헌혈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헌혈 후에 1인당 1개씩 초코파이가 주어졌다. 김남일은 피를 뽑은 뒤 간호원을 압박(?)해서 무려 5개의 초코파이를 얻어내 단숨에 먹어치웠다고.
김남일의 훈련소 중대장 염승준 대위는 “유명스타가 초코파이에 목숨(?)을 거는 모습에 교관들과 간호원들은 모두 웃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밖에 신진식도 면담시간에 교관이 “뭐가 제일 하고 싶냐?”고 묻자 “시원한 생맥주 한 잔과 삼겹살과 소주가 간절하다”며 입맛을 다셨다. 실제 신진식은 훈련소 퇴소 뒤에 동생뻘인 내무반 동기들을 데리고 부대 근처에서 ‘쫑파티’를 주최했다고 한다.
한편 안정환은 퇴소 뒤에 자신이 훈련을 받았던 백마부대 훈련소에 5백만원 상당의 축구공 등 축구용품을 기증하는 ‘전우애’를 과시했다.
육군본부 김기주 소령은 “유명 스포츠스타들이 짧은 기간이나마 일반인들과 똑같이 훈련소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그것이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군의 위상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