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응 선수와 아버지 서병관씨. | ||
안방 커튼을 주문하려다가 가격이 예상외로 높게 나오자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가 너무 비싸다면서 저렴한 버티컬로 바꿔 달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이 번 돈을 함부로 쓰기 어렵다”며 “선수 생명이 짧기 때문에 허투루 돈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고 말하더라고.
이렇듯 가장 아닌 가장 역할을 하는 운동선수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입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할 따름이다. 자식이 번 돈으로 생활하는 환경이 마냥 마음 편할 수만은 없기 때문. 그러나 부모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니다. 알뜰살뜰 재테크에 열중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못말리는 낭비벽으로 ‘가장’의 근심을 키우는 철없는 부모도 있다.
- 빚 좋은 개살구형
2004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 중 1명으로 꼽히는 서재응(28·뉴욕 메츠)의 아버지 서병관씨는 지난 설날을 스스로 ‘최악의 설’이라고 단정지었다. 친척들마다 세배를 하러 오겠다는 연락이 줄을 이었지만 입원중인 어머니의 병환을 핑계삼아 아무도 오지 말라고 회피했던 것.
서씨는 잘나가는 아들 덕분에 풍족하게 살 거라는 주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 지나칠 정도의 검소함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지난해 밝힐 수 없는 이유로 인해 경제적인 위기를 겪으면서 그 후유증이 길고 깊게 자리했던 것. 다행히 아들로부터 약간의 지원을 받아 숨통이 트였지만 아들이 힘들게 번 돈을 쓰는 아비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착잡하다.
“재응이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중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은행에다 돈 쌓아두고 이자받아 먹으며 사는 줄 안다. 가끔씩 ‘그 많은 돈 다 어디다 두고 사냐’고 물어올 때 열불이 터진다. 오죽했으면 세배를 멀리했겠는가.”
▲ 최성국 선수와 아버지 최창모씨. | ||
경제적인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서씨한테도 희망은 있다. 서재응의 활약 여부에 따라 몇 년 후에는 ‘1천만달러의 사나이’ 김병현을 능가하는 대박 시나리오가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 자수성가형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21·울산 현대)의 아버지 최창모씨(45·부천소신여객)는 버스를 모는 운전기사다. 1990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무사고 기록을 자랑하며 최성국의 뒷바라지를 위해 운전대를 떠난 적이 없다.
요즘엔 최성국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승객들로부터 “이젠 일 그만 두시고 편히 쉬시라”는 인사성 멘트를 자주 듣지만 아직 젊고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이 있기 때문에 일을 쉴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
최씨는 “배운 게 없어 나나 성국이 엄마나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성국이가 어렸을 때는 대형화물차를 몰았는데 지방 돌아다닐 때는 가족을 모두 태우고 다녔다. 그만큼 어려운 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금 조금 돈을 벌었다고 일을 놓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성국의 연봉을 따로 관리한다는 최씨는 집안 생활비는 자신의 월급으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 박지성 선수와 아버지 박성종씨. | ||
박씨는 월드컵 이후 친척들과 멀어졌다며 아쉬움을 곱씹는다. 왜냐하면 박지성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서 형편이 어려운 친척들마다 돈을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었기 때문. 그럴 때마다 단호히 거절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결국엔 친척들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쉰다.
- 철없는 부모형
수억원대의 몸값을 자랑하는 A선수의 부모는 아들이 지난 연말 구단과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1억원을 부쳐달라”고 요구했다. 돈을 많이 벌게 됐으니 앞으로 생활비는 물론 동생들 결혼 비용이나 학비 등도 모두 책임지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수위를 높여만 갔다.
당시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A선수의 아내는 심한 스트레스로 몸져눕기까지 했다. 이미 A선수는 부모의 이런저런 사업 실패로 인해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고 신혼 초에는 전세도 아닌 월세집에서 사는 수모를 감수하기도 했었다. 며느리 입장에선 그 많던 빚을 청산하니까 또 다른 요구를 하며 부모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어머니의 ‘당당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유명한 축구선수 B의 어머니는 L백화점의 VIP 고객이다. 한번 백화점 쇼핑을 했다하면 수천만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하느라 아들이 보내준 생활비는 항상 바닥이 나기 마련이다. B의 어머니는 생활비로는 도저히 쇼핑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결제대금청구서를 아들집으로 옮겨놓고 대신 지불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어이가 없는 아들 내외가 항의를 해오자 자신의 말대로 하지 않을 경우 기자들을 불러 아들인 B가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부모의 생활은 아예 본 체 만 체한다고 폭로하겠다며 협박을 했다는 것. B는 가족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는 게 싫어 울며겨자먹기로 어머니의 ‘협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프로야구 선수 C한테는 각각 2명의 부모가 있다. C를 낳아준 부모가 이혼하면서 각기 다른 살림을 차렸기 때문. 문제는 C의 부모가 모두 아들의 ‘빵빵한’ 지원을 기대하고 바란다는 사실이다.
평소 어머니와 가까웠던 C는 어머니한테는 2백만원의 생활비를 드리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한테는 50만원의 용돈을 드리다 최근엔 그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연락마저 끊고 말았다. 용돈을 받지 못한 아버지가 C와 전화통화가 되지 않자 급기야 찾아간 곳이 있었다. 바로 C와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전 며느리한테 손을 벌렸던 것. 이혼한 며느리와 전 시아버지와는 과연 어떤 권리와 의무가 주어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