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탁구의 1인자로 불리는 오상은이 ‘이적의 자유’를 외치며 벌인 소송도 비근한 사례. 이 같은 분쟁과 송사를 통해 스포츠세계에선 관행이 깨지고 새로운 룰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분쟁의 현장을 한번 뒤따라가봤다.
▲ 탁구선수 오상은과 배구 이경수, 축구 서정원 고종수 선수(왼쪽부터). 오상은과 이경수는 지리한 공방끝에 소송이 마무리 됐지만 서정원과 고종수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 ||
이중계약 또는 이면계약, 드래프트, 이적 등이 법정 분쟁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대형 스타플레이어와 관련된 사례들이다.
법정분쟁이 일어나면 선수나 구단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스포츠 분쟁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가 없다 보니 선수들은 지인을 통해 변호사를 소개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단의 경우 모(母)기업 자체 법무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법무팀에서 변호사나 법무법인 등을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추어 선수의 분쟁시 해당 종목의 협회에서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허를 찔리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최근 탁구계에서 일어난 ‘오상은 사태’가 바로 그런 경우다.
지난해 11월 오상은은 대한탁구협회를 상대로 ‘삼성카드로 소속돼 있는 선수등록을 말소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군 복무 중 원소속팀 삼성생명이 삼성카드로 바뀌자 지난해 9월 군 전역 후 팀에 복귀하지 않고 ‘이적의 자유’를 요구했던 것.
오상은이 김한주 변호사를 내세워 착실하게 자기 주장을 펼친 반면 대한탁구협회는 변호사조차 선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법원의 결정 대로 오상은의 신청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에 대해 협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에 자문 변호사가 없는 데다 당시 집행부가 교체되는 시점이다 보니 법률적 검토도 제대로 못하고 의사결정기구가 거의 공백인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았다”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대한체육회는 향후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이하게 일을 처리한 탁구협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오상은의 원소속팀이었던 삼성카드(전 삼성생명)는 “오상은이 집행부의 레임덕 현상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탁구협회는 새 집행부가 꾸려졌지만 항소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1심에서 오상은이 ‘KO승’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와는 달리 분쟁이 법정까지 가게 되면 1심에서 마무리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배구선수 이경수(LG화재)를 1년 반 이상 ‘코트의 미아’로 만들었던 드래프트 파동도 2심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 끝에 결국 양측이 화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2001년 한양대를 졸업하던 이경수가 당시 드래프트 1순위였던 대한항공행을 거절하고 LG화재와 계약하면서 분쟁이 빚어졌는데 결국 이경수가 대한항공에 드래프트되는 형식을 갖춘 뒤 대한항공이 그를 LG화재에 넘기는 방식으로 사태가 수습됐다.
LG화재의 한 관계자는 “재판부도 어느 한쪽 편의 손을 들어주는 데 부담을 느꼈는지 화해 쪽으로 몰고가려는 인상을 받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프로축구에서는 4년 넘게 끌면서 현재 상고심(3심)까지 진행되고 있는 소송이 있다. 1심까지의 기간이 보통 6개월이고 1년 안에 대부분 마무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장기전인 셈. 바로 안양 LG와 서정원(수원 삼성)이 벌이고 있는 이적료 반환 소송이 그것이다.
서정원이 해외로 이적했다가 국내에 복귀하면서 친정팀인 안양 대신 수원을 택하자 안양측에선 ‘부당이익 반환청구’라는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1심을 거쳐 2심 재판부가 내린 판결은 “선수가 받은 이적료의 절반인 3억6천만원과 이자를 구단에 변상하라”는 것. 지난해 10월께 최종판결이 내려질 예정이었지만 법정 최고이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중인 상태다.
고종수도 원소속팀 수원 삼성과 신분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어 그라운드가 아닌 법정에서의 공수 싸움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종수의 이적과 관련해 그가 수원 삼성 소속인가 아니면 자유계약 선수인가를 두고 분쟁이 일고 있는 것.
만약 수원 삼성 소속으로 판명될 경우 이적시 새 소속팀이 삼성측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지만 축구팬들은 그저 고종수를 법정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보기를 원할 뿐이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