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자녀를 둔 엄마들이 요즘 ‘무지’ 바쁘다. 프로팀들이 외국에서 훈련하는 겨울에 학생들은 학교 내 숙소에서 합숙을 하기 때문에 엄마들이 ‘밥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식사를 챙겨줘야 한다.
요즘은 봄방학 중인데 겨울방학부터 계속돼온 합숙훈련에 선수들도 힘들지만 맛있고 영양 많은 음식을 해주려는 엄마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뒷바라지를 하려면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한다. 특히 요즘엔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그런 날은 그 집 가계부도 구멍이 난다. 그렇다고 주변 음식점에 배달을 시켜서도 안된다.
초등학교는 합숙이 없다. 이전에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숙소 화재사건이후 모든 초등학교 운동부의 합숙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야구부의 인원을 평균 30명 정도라고 하면 매일 엄마 2명씩 돌아가며 당번을 해도 음식 만들고 설거지하려면 앉아서 커피 마실 시간도 없다고 한다.
엄마들끼리 보이지 않는 경쟁(?)도 벌인다. 다른 엄마보다 맛이 없다거나 반찬이 부실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날만큼은 명절 때보다 더욱 정성을 들인다.
결국 아이들이 바라던 경쟁이다. 그렇다고 매일 고기를 먹이고 생선회를 먹이는 건 아니다. 그랬다간 한 달 뒤에 스모 선수가 된다. 특별식은 가끔 날 잡아서 먹인다. 그저 정성스럽게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이면 된다.
감독이 요구하는 것도 아이들이 즐겨 먹는 것과 아이들이 싫어하지만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을 골고루 해서 무조건 다 먹게끔 하라는 거다. 그래서 합숙 중에는 편식이 있을 수 없다. 만약 골라 먹다 걸리는 날엔 운동장 30바퀴는 기본으로 뛰어야 한다.
이런 일도 있었다. 선배 아이가 자기가 먹기 싫은 반찬을 앞에 앉은 후배한테 먹이려다 감독한테 걸렸다. 그때부터 선배 아이가 감독 옆에 앉아서 합숙이 끝날 때까지 할 수 없이(?)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했던 일, 또 자기 엄마가 당번인 날 평소 좋아하는 반찬을 해달라고 당부했는데 눈치 없는 엄마께서 감독 듣는데 ‘그 반찬이 없다’고 큰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감독이랑 같이 어른들 먹는 음식 같이 먹었던 일, 막내 선수 2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싫은 반찬 먹어주기 하다가 2명 다 점심 굶고 운동했던 일….
참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추운 겨울에 집 떠나서 단체생활을 한다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부모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내 자식이 훌륭한 프로선수가 되길 바라면서 최대한 뒷받침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보장된 건 없다. 하지만 전력을 다해 노력했다면 결과에 대한 미련은 크게 남지 않을 것이다. 운동은 ‘월반’도 없고 검정고시도 없다.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프로선수가 될 수 있다.
지면을 통해 운동선수를 자식으로 둔 학부모들과 감독들께 감사드린다. 그들이야말로 미래의 프로야구를 책임질 분들이고 프로야구를 쥐락펴락 할 만한 선수들을 가꾸고 있는 숨은 인력들이기 때문이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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