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준 vs 황대헌 라이벌 대결 흥미진진…태극마크 단 아바쿠모바 바이애슬론 이끌어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중국명 린샤오쥔)은 귀화 이후 약 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선다. 앞서 태극마크를 달고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였다. 김기훈-김동성-안현수로 이어지는 남자 쇼트트랙 계보를 이을 주자로 꼽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시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2019 세계선수권에서는 종합 우승에 성공, 별도 선발전 없이 다음 시즌 국가대표 자리도 예약했다.
임효준의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린 건 2019년 6월.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 후배를 강제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관련 의혹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소속팀과 계약이 해지되는 등 선수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임효준은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
귀화 후 중국 현지에서 올림픽(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렸으나 임효준은 참가할 수 없었다. 귀화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야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 때문이었다. 임효준은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됐다.
임효준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대한민국 대표팀 황대헌과 관계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함께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던 사이다. 하지만 임효준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인물이 황대헌이었다. 이 사건으로 임효준은 중국으로 떠났고 황대헌은 국가대표팀 에이스 자리를 차지했다. 임효준이 중국으로 떠난 이후 그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황대헌은 "린샤오쥔이요?"라고 되물으며 둘 사이의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그간 월드투어 등 국제대회에서 둘 간 경쟁은 있었으나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맞대결은 처음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는 김민석이 헝가리 국가대표로 이번 올림픽에 나선다. 임효준과 마찬가지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메달리스트(은1 동2)로 활약한 바 있다. 귀화 계기는 음주운전이었다.
2022년 7월 국가대표 훈련 기간 중 외출을 했다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복귀하던 중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선수촌 내 구조물을 들이받았다. 김민석이 직접 운전을 한 것은 아니었으나 차량 소유자였고 음주운전 방조 책임을 물어 1년 6개월간 국가대표 자격이 정지됐다. 이후 헝가리에서 지도자생활을 하던 이철원 코치의 제안을 받고 귀화했다.
임효준 사례와 차이라면 현 대한민국 대표팀과 관계다. 미묘한 분위기를 내뿜는 임효준-황대헌 사이와 달리 김민석과 한국 선수들 사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김민석은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 유일한 헝가리 국가대표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홀로 훈련 진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올림픽 현지에서는 한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혼자 다른 유니폼을 입고 과거 동료들과 훈련을 진행하던 김민석은 입가에 미소를 띠기도 했다.

한국인 선수가 다른 나라의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쇼트트랙 역사상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안현수가 있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독보적인 선수로 불렸고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전 종목 메달 획득(금3 동1)에 성공했다.
안현수의 선수생활은 '역대 최고'로 꼽히는 기량만큼이나 어수선했다. 대회 중 폭행 피해, 파벌 의혹 등의 중심에 섰다. 심각한 부상이 반복되고 소속팀이 해체되며 홀로 운동을 해야 하는 지경에 놓이자 그는 러시아 귀화를 결정했다. 이전부터 자국 올림픽 개최(2014 소치 동계올림픽)가 예정됐던 러시아 측이 러브콜을 보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현수는 2011년 12월 러시아 국적을 따냈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 에이스를 러시아에 내준 한국 남자 대표팀은 대회 '노메달'에 그쳐 많은 질타를 받았다.
쇼트트랙 종목에서 타국 국기를 달고 활약하는 한국인들은 안현수 이외에도 여럿 있었다. 국가대표가 되는 관문을 통과하기 어려운 국내를 피해 다른 나라를 선택한 것이다. 유학 등을 계기로 해외에 나갔다가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선발된 사례도 있다.
이번 대회에는 문원준도 쇼트트랙 종목에서 헝가리 국가대표로 나선다. 주니어 대표로 활약하고 한국체육대학을 졸업하는 등 유망주로 불렸으나 국내 성인 대표팀 선발전을 뚫어내진 못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김민석이 헝가리로 향하자 동행을 결정했다.
호주로 유학을 떠났던 김효진은 올림픽 출전자격까지 따냈으나 호주 시민권 취득에 실패해 이번 대회 참가가 무산됐다. 김효진은 향후 세계선수권 등에 나설 의지를 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김영아가 카자흐스탄 국기를 달고 경기장을 누볐다. 호주 대표팀에서는 정현우가 '앤디정'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그 이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는 최민경이 프랑스 대표, 김효정이 미국 대표로 나서기도 했다.
#홀로 남은 '평창 세대' 아바쿠모바
반면 태극마크를 단 귀화 선수도 있다. 각 종목 단체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력 강화 정책 중 하나로 귀화를 통한 선수 수급에 적극 나섰다. 한국계 혈통 선수를 해외에서 데려오거나 전혀 관련이 없는 선수의 귀화를 설득하기도 했다. 아이스하키, 바이애슬론, 루지 등 단기간에 국내 자원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종목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0여 명에 달했던 '해외파'가 지금은 1명만 남았다. 바이애슬론 국가대표팀의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다. 평창 대회를 앞두고 러시아에서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동료들은 하나둘 팀을 떠났지만 아바쿠모바는 꾸준히 한국 대표팀을 지켰다. 이번 대회가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세 번째 올림픽이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도 참가, 여자 바이애슬론 7.5km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따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바이애슬론 역사상 첫 한국의 금메달이었다. 4x6km 계주에서는 은메달을 추가했다. 메달 전망은 밝지 않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이전 기록은 평창 대회 당시 아바쿠모바가 기록한 16위였다.
피겨스케이팅의 아이스 댄스 종목에서는 임해나-권예 조의 권예(캐나다명 예 콴)가 귀화 선수다.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 댄스에 나섰던 민유라-겜린 조와 유사한 모습이다. 임해나는 캐나다에서 자란 대한민국-캐나다 이중국적자였기에 어렵지 않게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던 반면 권예는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생애 대부분을 캐나다에서 보냈다. 파트너 임해나와 함께 활약하기 위해 2024년 12월 한국으로 귀화 절차를 완료했다.
아이스 댄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이들은 사대륙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상위권 입상에 성공했으나 기대를 모았던 올림픽에서는 웃음과 함께 마무리짓지 못했다. 경기 도중 실수가 있었으나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연기를 이어가는 모습에 박수가 쏟아졌다. 기술점수(34.28점)와 예술점수(30.41점) 합계 64.69점으로 22위에 그쳐 프리댄스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커트라인은 20위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