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상변에서 이 9단이 2선을 다섯 번이나 기고 있는 것이 말해 주듯,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9단이 이렇게 길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에 대한 수읽기도 이미 끝나 있었던 것.
흑1·3의 이단젖힘까지는 그럴 수 있는 수로 보였는데, 백2∼6 다음 흑이 12에 두어 백4 한 점을 잡지 않고, 11쪽을 이은 것이 예상을 뒤엎는 강수였다. 백12는 일견 당연한 반발이자 승부수. 흑은 도대체 무얼 믿고 있는 것일까.
[2도]
흑1을 하나 선수한 후 3으로 두들기며 젖히고, 백4 때 5로 끊어 버린 것이 이 9단이 준비한, 타개와 응징을 겸한 멋진 강수였다. 얼른 보면 백6·8로 뭐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
[3도]
흑1 다음 3으로 들어가는 교묘한 수. 백4는 부득이하다. 생략하면 흑3으로 들어가 환격이다. 그리고 흑5로 밀어가는 순간, 검토실은 “백이 잡혔다. 바둑이 끝났다”면서 새삼 이 9단의 무서운 수읽기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
정작 이 9단이 보여준 것은 흑7부터 13까지 백을 살려 주면서 길게 가는 그림이었다. 상변 흑은 흑11이 선수여서 완생이다. 백12를 생략하면 흑A로 귀가 떨어진다.
흑1로 바로 씌웠으면 백이 헤어날 길이 없었다는 것이 검토실의 결론. 백2부터 14까지, 흑의 외곽에 끊을 수 있는 자리는 다 끊으면서 발버둥을 쳐 보아도 소용이 없다.
[5도]
흑1로 잇고 백2·4에는 흑5로 껴붙이고 백6에는 흑7로 올라와 그만인 것. 이 9단은 실전으로도 충분해 안전운행을 택한 것인데, 관용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어서, 이 9단은 종반에 최 6단의 묘수 반발을 당해 한때 역전패 위기에 몰리기도 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