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 | ||
특히 정규시즌이 막을 내릴 무렵 터진 허재의 갑작스런 은퇴 발표와 ‘타이틀상 만들어주기’ 추태 등은 의혹과 비난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플레이오프 시작 전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허재의 예기치 않은 은퇴 기자회견 배경, 그리고 농구 용병 화이트의 마약 혐의 해프닝에 얽힌 뒷얘기를 따라가봤다.
지난 3월8일 아침 일찍 골프를 치러 나갔던 허재는 TG 삼보의 최형길 단장으로부터 긴급한 전화를 받았다. <스포츠투데이>에서 ‘허재 은퇴! 5월 미국행 지도자 수업’이란 기사를 1면 톱으로 내보낸다는 내용이었다. 골프채를 팽개치고 서둘러 서울로 올라오던 중 허재는 평소 안면이 있는 해당 신문사의 편집국장한테 전화를 걸어 ‘보도 자제’를 부탁했다. 그러나 때마침 편집국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은 국장 입장에선 특종 중 특종을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일.
결국 TG구단은 3월8일 12시2분에 각 신문사에 ‘농구대통령 허재 은퇴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돌렸고 허재는 오후 3시 한국농구연맹(KBL) 강당에서 ‘미처 준비되지 못한’ 은퇴 기자회견을 하게 된다.
은퇴 발표를 하면서도 허재는 불만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해 완벽한 모습으로 은퇴를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한 스포츠 신문의 보도로 인해 쫓기듯이 은퇴를 선언하게 된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만약 자신의 은퇴가 시즌 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었거나 은퇴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면 허재가 기사가 터졌다고 해서 그렇게 허겁지겁 은퇴를 발표했을까.
허재의 은퇴 기사를 특종 보도한 <스포츠투데이> 유병철 기자는 “이미 허재는 시즌 전부터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되면 은퇴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었다. 3월6일 TG의 우승이 확정됐고 그 무렵 우연히 농구선수로 활동중인 허재의 큰아들 웅이로부터 ‘5월에 가족들이 모두 미국으로 떠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곧 허재가 은퇴 발표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허재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했다”면서 “발표 시기가 문제였는데 사실을 알고 있는 기자 입장에선 차마 허재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허재의 은퇴 발표가 더욱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발표 전날인 3월7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몇몇 선수의 개인 타이틀상을 밀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기록 추태’가 벌어졌기 때문. 일각에선 일명 ‘바스켓 코미디쇼’로도 불렸던 우지원, 문경은 간의 ‘기록 추태’에 대한 팬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KBL과 TG구단이 ‘물타기용’으로 허재의 은퇴를 이용했다는 ‘음모설’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 기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연의 일치였다. 그렇다면 ‘물타기용’ 기사에 내가 동조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화이트, 윌리엄스 | ||
이유는 화이트의 러시아인 여자친구 다니엘 때문이었다. 올 시즌 초 화이트는 이태원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다니엘을 만나게 됐다. 훤칠한 키에다 돋보이는 외모를 갖춘 다니엘과 사랑에 빠진 화이트는 그후 같은 팀의 용병 윌리엄스를 데리고 이태원에 나가 다니엘과 자주 어울렸다.
그런데 문제는 다니엘이 경찰의 기습적인 마약 단속에 걸렸고 검사 결과 양성반응을 나타냈다는 것. 경찰에선 다니엘의 주변 인물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였고 그 결과 다니엘의 남자친구가 농구선수 화이트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윌리엄스까지 검사 대상이 된 이유는 세 명이서 자주 어울렸다는 다니엘의 진술 때문.
8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황당한 일을 겪은 화이트는 한동안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했으나 결국엔 같은 팀의 문경은과 절묘한 궁합 맞추기로 전자랜드를 창단 4년 만에 4강에 진출시킨 일등공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