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76배 번 ‘터프윈’이 진정한 위너
터프윈은 몸값 대비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였다. 사진은 2011년 그랑프리대회에서 우승한 터프윈.사진제공=한국마사회
조사대상의 말은 모두 752두였다. 이 가운데 몸값보다 20배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인 말이 11두가 됐고, 10~19.9배 말도 42두나 됐다. 전체적으로 몸값 이상을 한 말은 540두가 됐지만 마방관리비, 진료비 등등을 포함해 손익분기점으로 평가받는 3배 이상의 상금을 번 말은 267두에 그쳤다. 산술적으론 485두의 말이 마주에게 크고 작은 손실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상금이 너무 적다’는 마주들의 하소연이 일견 이해가 가는 데이터다. 부상과 질병으로 퇴역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경주마에 대한 투자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몸값 대비해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준 말은 어떤 말일까. 20배 이상 벌어들인 11마리의 ‘골든 호스’를 살펴보자. 특이한 점은 11두 가운데 천지불패만 호주산이었고 나머지 10두가 미국산이었다는 점이다. 국산마는 한 마리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경마공원 소속별로 보면 서울과 부경이 숫자가 비슷했다.
1위마는 경마팬들 뇌리에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는 터프윈이다. 나이가 들어 경주력이 현격하게 저하되면서 지금은 천덕꾸러기 냄새마저 나지만 전성기 때는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마였다. 그랑프리를 포함, 대상경주 우승만 4회나 된다. 42전 동안 24승을 거뒀고, 2위 2회, 3위 3회를 했다. 수득상금은 20억 3000만 원으로 도입가(약 2700만 원)에 비교하면 76배다. 데뷔 초엔 선행에 가까운 습성을 보였지만 대상경주를 거치면서 선입, 추입으로 질주스타일을 바꿨고 이후 부경의 말들과 벌인 명승부전은 아직도 팬들의 뇌리에 선하다.
3위는 홍대유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러시포스다. 26회 출전해 5승 2위4회, 3위 5회를 하면서 4억 2565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상금이 적은 데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건 몸값이 930만 원밖에 안되는 덕분이다. 미국산 마필로 1군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장래가 불투명했지만 의외로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뛰면서 알찬 성과를 내고 있다. 부마가 카로(Caro) 계열의 러시베이(Rush bay)로 장거리 혈통이라 장거리가 많은 1군에서 경쟁력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올 한해도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4위는 부경의 비바에이스다. 유충열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마령 8세의 노장마로 50회 출전해 11승 2위14회 3위7회의 성적을 거뒀다. 총 수득상금은 약 9억 500만 원으로 몸값(3500만 원) 대비 25배 이상의 수확을 올렸다. 데뷔초엔 선행과 선입으로 입상을 했지만 장거리로 출전하면서 주행습성을 바꿨고 현재도 잊힐 만하면 한 번씩 입상해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알리곤 한다.
5위는 윤영귀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오르세다. 32전 13/4/4의 성적으로 8억 800만 원을 벌었다. 도입가가 약 32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마필 또한 25배에 가까운 활약을 해준 셈이다.
6위는 서울 손영표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풀리시스킵으로 810만 원이라는 헐값으로 도입됐지만 24전 2/6/0의 성적을 올리면서 1억 8400만 원의 상금을 벌어 마주에게 알토란 같은 수입을 올려주었다.
2014년 11월 열린 경상남도지사배에서 우승한 감동의바다.
8위는 서울 하재흥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더블샤이닝. 26전 7/3/1의 성적을 올리며 4억여 원의 상금을 벌었고 몸값은 1860만 원. 데뷔 초부터 1군에 진출한 후 얼마간은 선행과 선행성 선입으로만 입상하는 등 경주전개에 따라 심한 기복을 보여 필자도 전개에 따라 강한 노림수를 던지며 큰 재미를 보곤했다. 최근엔 따라가는 전개에도 익숙해져가고 있다. 성장할 여지는 많지 않지만 스피드와 지구력이 좋은 말이라 올해에도 어느 정도 활약을 해줄 말로 판단된다. 물론 초반이 느린 편성을 만난다면 여전히 베팅할 절호의 찬스로 생각해야 한다.
9위는 불운의 명마 벌마의꿈이다. 탁월한 순발력과 막강한 대시능력, 게다가 지구력까지 뛰어나 대형마로서 어느 것 하나 손색없는 재능을 가졌지만 선행 일변도의 주행습성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일반경주에선 제왕이었지만 선행경합이 불가피한 대상경주에선 기대만큼 성적을 못 올린 것. 터프윈이 주행습성을 바꾸는 데 성공해 강자들과의 대결에서도 그 위용을 지킨 것에 비한다면 불운의 명마라 할 수 있겠다. 백광열 조교사가 관리하며 23전 13/3/2의 성적을 올렸고 총 수득상금은 9억여 원이었다. 도입가는 4400만여 원.
10위는 지난 12월 그랑프리에서 3위를 한 서울의 기대주 클린업조이다. 김효섭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고, 14전 6/5/1의 성적으로 약 5억 17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몸값은 2500만 원. 마령 5세로 올해 최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보이고, 장거리에서도 뛰어줄 혈통이라 꾸준한 활약이 기대되는 마필이다.
11위는 국내에서 벌어진 아시아경마대회에서 2위를 하는 등 거리를 가리지 않고 한때 최강자의 풍모를 보였던 원더볼트다. 서울의 지용훈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고 27전 7/9/2의 성적을 거두며 약 6억 98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체격이 크지 않은 마필이라 고부중에 시달리면서 다리가 안좋아져 휴양을 했고, 최근엔 신예기수들을 태우면서 부담중량 관리를 하면서 출전하고 있는데 지난 12월 경주에서 다시 1위를 하면서 되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도입가는 약 3480만 원.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