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날개 달고 ‘더 높은 곳을 향하여’
11년전 모기업보다 덩치가 2배나 큰 해태제과를 인수하여 재계를 놀라게 했던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이 이제 해태제과 상장이라는 승부수로 재계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해태제과가 상장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한 직후부터 해태제과 상장설은 증권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나돌았다. 지난 2012년에는 상장 작업을 거의 마치기도 했으나 실적이 악화해 무산된 바 있다.
해태제과가 올 들어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내는 배경엔 ‘허니버터칩 열풍’이 있다. 덕분에 최근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그만큼 기업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출시한 허니버터칩은 지난해에도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해태제과 실적을 견인했을 뿐 아니라 상장이라는 초대박을 이끄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해태제과 상장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태제과 역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IPO(기업공개·상장)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해태제과 상장을 가장 반길 사람은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다. 상장을 통해 어마어마한 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윤 회장 개인적으로도 해태제과 상장은 지분 가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해태제과의 최대주주는 보통주 31.72%, 우선주 34.90%를 보유하고 있는 크라운제과다.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는 27.38%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윤 회장이다.
크라운제과의 2대주주는 보통주 20.06%, 우선주 1.15%를 보유하고 있는 ‘두라푸드’다. 연양갱 등을 제조·판매하는 두라푸드는 윤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으며 윤 회장의 부인 육명희 씨와 차남 윤성민 두라푸드 이사, 장녀 윤자원 씨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가족회사다. 육명희 씨는 크라운제과 지분 1.57%도 보유하고 있다.
해태제과 상장은 앞으로 윤석빈 대표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포석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태제과 상장 추진 소식에 크라운제과 주가도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덕분에 윤 회장 일가의 지분 가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까지 크라운제과의 부채비율은 257%로 업계 1위인 롯데제과(57%)와 경쟁사인 오리온(98%) 등과 비교해 꽤 높다. 해태제과 상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이 모기업인 크라운제과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상반기 중 상장한다는 계획만 명확할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결과론이지만 윤 회장의 해태제과 인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05년 해태제과를 5000억 원가량에 인수했다. 당시 크라운제과 매출액은 2800억 원, 해태제과 매출액은 6100억 원가량으로 해태제과 매출이 2배 이상 많았다. 업계에서는 크라운제과가 4위, 해태제과가 2위였다.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온 이유다.
더욱이 외환위기 때 크라운제과 또한 1650억 원의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화의(파산을 예방할 목적으로 채무 정리에 관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맺는 강제 계약)를 신청한 바 있다. 비록 모그룹의 부도 여파로 쓰러진 해태제과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크라운제과 역시 경영상 큰 위기를 겪은 것. 원래 화의 기간이 2006년까지였지만 크라운제과는 그보다 3년 빠른 2003년 9월 화의에서 벗어나면서 정상화됐다. 그러면서 바로 진행한 일이 해태제과 인수 작업이다.
화의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기업이 5000억 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크라운제과는 군인공제회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해태제과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재계 인사는 “USB캐피탈컨소시엄이 2001년 해태제과를 인수할 때 가격이 5000억 원가량이었다”며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 가격이 적정가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고가 인수는 아닌 듯하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소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사옥.
한 가지 남은 논란은 옛 해태제과 주식 보유자들에 대한 문제다. 이는 해태제과가 ‘재상장’하는 것이냐 ‘신규 상장’하는 것이냐 문제와 직결된다. 일부에서 언급하듯 해태제과가 15년 만에 재상장하는 것이라면 상장 요건이 완화돼 IPO에 유리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폐된 종목이 재상장할 때는 매출액과 최근 사업연도 성과 등의 기준에서는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소액주주 비율이 25%에서 20%로 낮아지는 등 주식 분산 요건 등이 다소 완화된다”고 말했다. 재상장이라면 옛 해태제과 주식 보유자들도 15년 만에 빛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해태제과 측은 ‘신규 상장’이라고 못 박았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옛 해태제과는 이미 법인 청산된 지 오래”라며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는 옛 해태제과가 아니라 해태제과식품으로서 신규 상장”이라고 강조했다. 옛 해태제과 주식 보유자들은 이번 상장으로 달라질 게 없다는 의미다.
크라운제과는 2005년 식품사업 부문과 건설사업 부문이 함께 있던 해태제과의 식품사업 부문을 ‘상표’와 함께 인수했다. 남은 건설사업 부문은 ‘해태’라는 상호를 쓸 수 없어 하이콘테크로 사명을 변경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구주 보유자들의 문제는 이미 2000년대 초반 법적으로도 다 끝났다”고 강조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윤영달 회장은 누구 ‘골리앗 삼킨 다윗’… 11년만에 ‘대박’ 눈앞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고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주의 장남으로 1945년 경기도 이천에서 출생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물리학과에 입학, 3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당시 이화여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부인 육명희 씨를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2005년 1월 해태제과를 인수한 윤 회장(가운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회장이 15년 동안 독립을 꿈꾼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의 어린 시절 꿈은 “자전거포를 여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버지인 고 윤태현 회장이 당시 “동생들과 경영을 해보고 싶어 하셨다”고 윤 회장이 판단한 이유도 있었다. 윤 회장의 동생으로는 윤영노 쟈뎅 회장, 윤영욱 선양 대표, 이탈리안 레스토랑 ‘나무와 벽돌’의 윤영주 대표가 있다. 윤영노 회장은 크라운제과 부사장, 윤영주 대표는 크라운베이커리 대표까지 지냈으나 1995년 윤영달 회장이 크라운제과로 복귀하면서 모두 물러났다. 15년간 외도를 끝내고 크라운제과로 복귀하자마자 윤영달 회장은 3년 만인 1998년 부도를 맞았다. 회사 문을 닫자는 주위 견해를 물리치고 법원에 화의를 신청, 결국 회사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윤 회장의 ‘신의 한 수’는 2004년 해태제과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크라운제과는 화의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데다 해태제과의 덩치가 두 배나 컸기 때문에 실사 자료를 얻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웠지만 주위 반대를 물리치는 것이 큰 어려움 중 하나였던 것으로 회고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삼키려 한다’는 비아냥거림은 물론 ‘해태제과를 안고 쓰러진다’는 사내 반대도 극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윤 회장은 해태제과 인수 후 11년 만에 상장을 예고하면서 ‘대박’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해태제과 상장이 성공한다면 윤영달 회장은 단숨에 업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될 수 있다. 대부분 기업은 큰돈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상장할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 해태제과 측은 “실적이 좋고 기업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윤 회장 일가가 해태제과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향후 어떤 작업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 |
크라운해태제과의 가족경영 크라운은 장남이, 해태는 사위가 크라운해태제과는 크게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로 나뉜다. 크라운제과가 지주회사 격으로 해태제과식품, 해성농림, 씨에이치테크, 아트밸리, 영그린 등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일부에서 크라운해태제과를 대표적인 가족경영 기업으로 꼽는 까닭은 윤영달 회장 일가가 대부분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크라운제과는 장남 윤석빈 대표가, 해태제과는 사위 신정훈 대표가 맡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영 이력이 전무했던 신 대표가 현재 제과업계 대표 CEO(최고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데는 ‘허니버터칩’의 성공에 기인한다. 2008년 해태제과 대표 자리에 오른 신 대표는 허니버터칩 개발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니버터칩은 2014년 8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해태제과의 실적을 끌어올린 원동력 중 하나다. 신 대표는 지난해 <허니버터칩의 비밀>이라는 책을 출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룹의 모기업인 크라운제과를 이끌고 있는 윤석빈 대표는 1971년 생으로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 홍익대 디자인학 박사과정을 거친 후 2010년 크라운제과 이사로 가족경영에 참여했다. 입사 후 6개월 만에 대표이사 상무로 승진했다. 그룹의 양대 축은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를 각각 윤 회장의 장남과 사위가 맡고 있지만 향후 그룹 지배권은 결국 장남 윤 대표에게 이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 윤 대표는 비록 신 대표보다 한 살 어리지만 손위인 데다 그룹 모기업이자 지주사를 맡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서 크라운제과 ‘주주에 관한 사항’ 중 윤 대표의 이름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윤 대표는 윤영달 회장에 이어 크라운제과 2대주주인 두라푸드의 최대주주(59.60%)다. 두라푸드는 윤 회장의 부인 육명희 씨(7.17%), 차남 윤성민 두라푸드 이사(6.32%), 장녀 윤자원 씨(3.82%)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가족회사다. 윤석빈 대표는 향후 두라푸드를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라운해태제과 고문 겸 두라푸드 이사를 맡고 있는 육명희 씨는 한때 크라운베이커리 대표를 맡았을 만큼 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1975년 생인 윤 회장의 차남 윤성민 두라푸드 이사 역시 머지않은 시기에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