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 떡~ 차렸는데 숟가락 크기가 달라
한미약품은 직원들에게 월 급여의 1000%라는 통 큰 상여금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하지만 곧 영업사원에게는 반만 주고 반은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요즘은 R&D 성과가 더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업계에서 ‘영업의 한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미약품은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다. 임 회장 본인이 창업 초기 발군의 영업력을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임 회장은 영업사원들을 각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매년 시무식을 본사가 아닌 영업사원 교육장에서 함께하는 모습에서도 그런 임 회장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임성기 회장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국내 영업보다는 R&D로 옮겨가는 것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한미약품은 제약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R&D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맞지만, 결코 영업부문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영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야 지속적인 R&D 투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전처럼 국내 매출 증대를 통해 급격히 성장하는 제약회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른바 ‘리베이트’ 영업 행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예전에 리베이트로 영업하던 시절에는 정말이지 전쟁이었다. 말 그대로 돈으로 원장을 매수했다”며 “원장 마음을 얻으면 한 병원 전체를 우리 제약사 약으로 깔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원인은 국내 제약 시장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반면 제약회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제약사들이 일제히 제네릭(복제약)을 찍어냈다. 수십 종의 동일 성분 약이 제로섬 게임을 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영업은 여전히 중요하다. 앞서의 한미약품 관계자 말마따나 영업을 통해 돈을 벌어야 R&D 투자도 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임 회장의 주식 보너스는 귀감이 될 만한 모습이었음에도 영업사원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당초 회장님은 연구·사무직, 영업직 따질 것 없이 일괄적으로 1000%를 지급하려고 하셨다”며 “그런데 영업조직이 자신들 스스로 영업실적이 좋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일단 반만 받고 반은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받는 안을 제안했다. 이는 내부적으로 영업사원들의 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의 말은 전혀 달랐다. 한 한미약품 영업사원은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 받기로 동의한 적 없고, 구두로든 서면으로든 관련 내용을 전달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차등지급을 결정한 것은 영업부 핵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영업사원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앞서의 한미약품 영업사원은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더 받을 것이란 기대를 버렸다. 내가 일하는 지역에서는 급격히 매출을 올릴 요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반면 또 다른 영업사원은 “사무직들은 다 받았는데 우리는 절반만 받은 것이 좀 억울하지만, 영업을 잘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제 초점은 어떻게 차등지급할 것인가로 맞춰진다. 구체적인 조건까지 흘러나왔다. 매달 200만 원 이상씩 6개월 연속으로 매출을 올려야 잔여 주식 지급 대상자가 된다는 것. 앞서의 영업사원은 “아직까지 회사에 공식적으로 밝힌 조건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불가능한 실적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영업지역별로 특성이 다 다른데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업부에서 지역마다 각각의 실적 목표치를 다르게 설정해 놓은 규정이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만약 대부분 영업사원의 실적이 안 좋으면 일부만 잔여 주식을 받고 나머지는 회사에 귀속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잔여 주식은 모두 삼성증권에 신탁되어 있다. 신탁된 주식은 어떤 형태로든 모두 지급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쟁점도 있다. 바로 중도 퇴사자의 경우다. 제약업계 영업사원은 퇴사 및 이직이 매우 빈번하다. 특히 한미약품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 한미약품 퇴사자는 “한미약품은 제약사 중에서 가장 많은 영업사원을 뽑는 회사다. 퇴사가 빈번해 바로바로 구멍을 메우기 위해 미리 영업사원을 뽑아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한미약품은 적어도 5번의 공채를 통해 영업사원을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입 영업사원으로 채용되어 교육까지 마치고도 길게는 1년 가까이 발령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중도 퇴사자의 경우에는 근속 개월 수와 실적에 따라 정산해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