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진영 청춘씨:발아 대표
―<청춘씨:발아>를 만들게 된 계기가 언제인가.
“내가 비판했던 프레임에 있던 사람들이 어떤 지점에서는 더 현실적으로 진단한다. 내가 지지했던 사람들의 방향으로 가면 마음에는 들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갈수도 있다. 미시적, 거시적으로 보면 어느 한 쪽 가치만이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저널리스트. 언론고시 준비하는 기자지망생들은 ‘합격해서 직장다녀야지’가 아니라 가치 지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조명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측면도 있다.
―<청춘씨:발아>가 다른 대안매체와 달리 영상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인가.
“지금의 20대들이 가장 많이 보고 쉽게 이해하는 형식이 영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력하는 건 우리의 타겟독자인 20대다. 꼭 영상뿐만 아니라 글이든 짤방이든 그들이 편안해하고 재밌어하는 문법을 찾아서 그 안에 우리의 메시지를 넣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청춘:씨발아>의 목표는.
“작년 말쯤부터 헬조선, 흙수저, 죽창 등의 키워드가 인기였다. 주목했던 키워드는 죽창이었다. 헬조선은 ‘우리나라가 그렇지’하는 자조적인 키워드였다면 죽창은 부글부글 끓던 분노가 튀어나온 것을 상징한다고 본다. 하지만 죽창이 뭐라도 찌르자는 것으로 다가가면 위험하다. 20대들의 분노가 구조적인 것에서 모순을 찾아 찔러야 한다고 본다. 그 겨냥을 잘하도록 이끄는 것이 목표다.”
―초기에는 패러디 영상 등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뉴스에 대한 설명도 늘어나는 것 같다.
“초기에는 구독자 확보를 위해 ‘병맛 패러디’ 영상이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노동개혁 등의 메시지가 있었다. 또한 20대 중에서는 야근 수당, 주휴수당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최저임금 올리자는 메시지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친구들에게 최저임금법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20대가 고민하기 위해서는 그게 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뉴스에 대한 설명을 늘리고 있다.”
사진=박진영 청춘씨:발아 대표
―대안 언론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사실 20대가 뭘 해도 위선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만약 입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청춘씨:발아> 구성원들은 입시에 성공한 편이니까 ‘넌 배부른 소리다. 넌 그 덕 보며 살지 않냐’라는 소리 듣는다. 입시에 실패한 사람이 같은 의견을 내면 ‘니가 못 다녀서 배 아파 그런다. 노력이 부족하다’ 같이 논리가 탄탄하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또래 애들에게 이런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비수도권, 고졸, 비정규직은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 마이크를 쥐는 게 얼마나 어렵겠냐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 총선, 대선에서 원하는 바가 있다면.
“20대의 표가 총선과 대선에서 수백만 표가 된다. 특정 정당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낙선, 당선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 전달이 되면 비례대표 몇 명을 청년 몫으로 받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정책은 정치에서 결정하고 실행을 하는 것인데 청년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각 정당이 ‘뭇 20대 들의 표심을 어떻게 끌어낼 것이냐’ 경쟁하고 청년들의 이 힘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를 두고 논의하는 게 관건이다. 특정 당에서 청년위원등을 몇 명 영입하거나 단순히 비례대표 몇 명 늘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나중에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본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일상의 언어와 정치의 언어 사이에 다리를 놔주고 싶다. 좋은 예로 <스브슈느스> ‘전승절이 뭔가요’, ‘비자금이 뭔가요’ 등이 있다. 비자금이 모르는 사람도 엄청 많다. 그런데 이들이 검색은 안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앞서의 예처럼 고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다리를 놔주고 맥락을 연결시켜 주고 싶다.”
―시간이 지나 박진영 대표의 나이가 30대에 접어들면 현재의 목표인 20대를 위한 미디어에서 변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저는 10년, 20년 뒤에도 20대 미디어를 지향하겠다. 20대인 제가 지금의 20대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20대의 문법에 맞춰 전달하고 이후에는 20대가 본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기반과 시스템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