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체납자가 대체 무슨 돈으로…
100억 원대 세금 체납자인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지하에 있는 E 클럽을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고성준 인턴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D 빌딩 지하에 위치한 E 클럽의 면적은 495.93m²(약 150평) 규모다. 홀과 테이블, 룸 등으로 구성된 E 클럽은 무도유흥음식점 및 유흥주점으로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았다. E 클럽 직원은 지난 8일 “평일은 술집, 주말은 클럽으로 운영된다”며 “룸의 경우 주말 예약을 하려면 기본 300만 원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경백 씨의 E 클럽 운영 참여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서울 강남구청 위생과에 등록된 E 클럽의 대표자는 30대 중반 전 아무개 씨와 또 다른 이 아무개 씨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4일~12월 23일까지 영업정지를 당했던 유흥주점을 개편해 같은 해 12월 24일 E 클럽을 오픈했다. 오픈 당일 E 클럽에선 배우 H 씨 등 유명 연예인이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전 씨와 이 씨 외에 숨겨진 운영자가 바로 ‘이경백’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 씨는 “오래전부터 경백이와 알고 지냈다”면서 “이경백 스스로 강남 클럽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고, 그 클럽 이름이 ‘E’라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 또한 “그런 소문이 요즘 강남 바닥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E 클럽 사정을 잘 아는 C 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그 가게에 세 사장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이경백”이라며 “직원 가운데 이경백 씨와 20년 지기도 있다. 북창동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라고 털어놨다.
C 씨에 따르면 평일 E 클럽에선 성매매를 일컫는 ‘2차’를 알선한다. 2차 가격은 27만 원선이다. 외부에서 ‘아가씨’를 공급할 때도 있고, 때론 E 클럽 직원이 직접 2차를 나가기도 한다. C 씨는 “이쪽 일을 하는 사람은 (성매매를) 나쁜 게 아니라 직업으로 생각한다”며 “돈을 보고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 클럽이 채용한 직원은 10여 명으로 알려졌다. 홀과 룸(가라오케)은 운영자가 분리돼 있으며, 평일 매출은 저조하다는 것이 C 씨의 설명이다. C 씨는 “클럽은 평일에 장사가 안 되기 때문에 (같은 건물) 지하 2층에 따로 가라오케를 열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역삼동 E 클럽 입구.
무도유흥음식점으로 허가받은 지하 2층은 영업이 정지돼 있다. 사업장 이름은 ‘B’다. B 업소는 지난 2014년 성매매 단속에 적발된 뒤 행정심판 끝에 지난해 11월 24일 영업정지가 확정됐다. 영업정지 만료일은 오는 3월 28일이다. 최근 E 클럽을 방문한 30대 남성 박 아무개 씨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오는 3월께 가라오케가 오픈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국에 등록된 B 업소의 대표자는 문 아무개 씨와 양 아무개 씨다. E 클럽과 B 업소의 대표자는 서로 다르지만 이 둘은 사실상 같은 업체로 추정된다. 지하 1층과 2층을 연동해 각각 룸을 운영한다는 것이 ‘세 사장’의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 25일 강남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불법 유흥주점의 경우 90% 이상이 소위 바지사장을 앞세운다”고 말했다.
물론 E 클럽이 과거 ‘북창동식 룸살롱’처럼 불법 유흥주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C 씨는 “룸의 경우 ‘초이스’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2차를 강권하는 분위기까진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기자가 E 클럽을 찾았을 때 그곳 직원들은 성매매를 제안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경백 씨가 그동안 여자 문제로 많이 데여서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 클럽의 진짜 문제는 세금 고액 체납자인 이 씨가 어떤 경로로 돈을 만들어 클럽에 투자했는가다. 이 씨는 국세청과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 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 씨는 2010년 12월부터 종합소득세 등 5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공개된 체납액은 120억 7800만 원이다. 서울시 자료에서도 이 씨의 체납 기록이 확인된다. 지방소득세 등 9건의 세금을 체납했으며, 서울시가 과세한 세금은 8억 5500만 원이다. 이밖에 이 씨는 법원으로부터 수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상태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지난 25일 “(장부 같은) 증거가 있어야 압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에 신고된 이 씨의 주거지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고급 아파트지만 실거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씨의 정확한 소재지와 자금줄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씨가 갖고 있는 E 클럽 지분에 대한 환수 작업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차명 재산의 경우 추적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이 씨가 대표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그가 거둔 수입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E 클럽은 룸이 5개 이상이라 중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C 씨는 “직원 가운데 잘 버는 사람은 월 1000만 원 이상 가져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여론기획 전문회사 ‘라이언 앤 폭스’는 ‘강남의 성매매 조직이 작성한 고객 명부’라며 ‘성매매 리스트’를 공개했다(<일요신문> 1237호 보도). 공교롭게도 E 클럽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의 이름이 리스트에 무려 307회나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트에 따르면 ‘○○사무실, ○○네, ○○형’으로 검색되는 인물이 성매매 여성을 공급한 것으로 추측된다. 단 이 인물이 E 클럽 구성원과 동일인인지 여부는 면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이경백 씨는 누구? 성매매로 한 해 1천억 매출 올려 이경백 씨는 소위 ‘북창동식 유흥주점’을 도입해 서울 강남 일대에 확산시키며 ‘룸살롱 업계의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성매매 업소 10여 곳을 운영했고, 전성기 한 해 매출은 1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씨가 늦은 나이에 지방에서 올라와 그쪽 업계에서 나름 열심히 일했다”며 “지방 조폭이 이 씨를 밀어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2012년 이른바 ‘이경백 사건’에 연루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전·현직 경찰관에게 주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앞서 2010년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구속 직후 풀려나면서 경찰과 질긴 악연을 맺었다. 2012년 이 씨와 접촉한 경찰관 30여 명은 경찰 내부 징계를 받았고, 검찰은 이 가운데 18명을 구속했다. 이 사건은 검·경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씨는 집행유예 기간 동안 불법 도박장 개설,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되며 곤욕을 치렀다. 이밖에 이 씨는 ‘YTT(어제오늘내일)’ 사건, 박관천 경정 뇌물수수 사건 등에 연루돼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