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결국 쿠엘류 감독님이 물러나게 됐네요. 멀리서 한국 사정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그저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요. 1년 넘게 선수와 감독으로 인연을 맺으며 크고 작은 경기를 치러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감독님이 그만두신다니까 마음이 착잡해 집니다.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지만 좋은 감독님이 한국 대표팀을 맡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갖고 있는 장점을 다 배우지 못하고 이렇게 끝나는 게 참으로 허탈하네요.
제 기억으론 쿠엘류 감독님은 상당히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하셨던 것 같아요. 편안한 환경에서 선수의 능력이 극대화된다고 믿으셨어요.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마다 제각각의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감독님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했다고 봐요.
사실 전 아무리 멤버가 화려했다고 해도 유로2000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이 4강에 오른 건 감독님의 능력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유능한 감독과 그 감독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준 협회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포르투갈이 당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이번 쿠엘류 감독님의 중도하차는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네요.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지만 다른 곳에선 문제가 없었는지 한번쯤 더 찬찬히 살펴보는 계기도 필요했다고 보거든요.
외국에서 생활하며 자주 느끼는 부분이지만 유럽과 한국은 축구 문화도 다르고 축구를 배우는 과정이나 그걸 실전에서 행하는 방법도 너무나 달라요. 스파르타식 지도에 익숙해져서인지 조금만 여유를 주고 재미있게 운동을 하면 선수들이 긴장을 안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만약 우리의 축구 문화가 유럽처럼 개방적이었다면 쿠엘류 감독님이 이렇게 선수들 얼굴도 보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어떤 분이 그 자리를 이어가실지는 모르겠지만 떠나는 분에 대한 비난과 새로 오실 분에 대한 기대만 늘어놓기보단 남아 있는 사람들의 자기 반성과 성찰이 더 필요하다는 ‘주제 넘은’ 생각을 해봅니다.
4월19일 에인트호벤에서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