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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용 : 시합 전 인터뷰 절대 사양 기자들도 알아서 기다려 | ||
물론 징크스는 미신이거나 우연인 경우가 많다. 승부를 다투는 승부사들에게 징크스는 애써 외면할수록 신경이 쓰이는 ‘불청객’이지만 성적이 좋을 때에는 든든한 부적이라도 얻은 듯한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한다. 징크스와는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은 프로팀 감독들과 코칭스태프의 징크스를 유형별로 정리해 봤다.
人(인) 여자보기를 돌같이
징크스는 없다고 큰소리치는 8개 구단 감독들이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찜찜해 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여자’ 문제다. 감독들은 시합 전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면서 가급적이면 더그아웃에서 여자와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아니러니하게도 통계를 중요시하는 ‘컴퓨터’ 감독들도 예외 없이 금기시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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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범현 : 홈경기 땐 꼭 짬뽕을 수원 원정경기 땐 순대 | ||
프로축구의 고재욱 전 울산 감독도 ‘여자’를 냉정하게 본 경우다. 시합 당일 가급적 여자와 만나는 걸 꺼려했고 구단버스에서도 내릴 때 항상 먼저 내려야 한다는 주의였다. 만약 고 전 감독보다 먼저 내린 사람이 있을 때 행여 그 시합이 잘못되는 날에는 모든 덤터기를 쓸 각오를 해야 했다고. 울산 현대의 김영국 매니저는 “요즘은 제일 먼저 내리거나 어디 건물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도 나”라면서 현재의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食(식) 이걸 먹어야 끗발
SK 코칭스태프는 지난 시즌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식사로 ‘짬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연히 짬뽕을 먹은 날에 승률이 더 좋다는 걸 알게 된 코칭스태프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식사메뉴로 짬뽕만 선택했던 것. 조범현 감독은 이 짬뽕을 ‘승리의 짬뽕’이라고 불렀는데, 수원 원정경기에서는 경기장 인근 식당에서 순대를 먹는 날에는 운이 좋았다고 한다.
두산 코칭스태프도 음식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시합에서 이긴 다음날 식사를 할 때, 어제 먹은 음식을 한 번 더 먹어보며 ‘끗발’ 이어가기를 기대한다는 것. 이긴 시합 전후를 복기하면서 그 리듬을 이어가려는 의도인데 가장 기억하기 쉬운 게 음식이기 때문에 ‘시도’할 뿐 다른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한다.
전남 드래곤즈의 프런트는 시합을 앞두고 젓갈이나 해산물을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 영양만점의 식단을 꾸밀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싱싱하지 않은 경우, 선수들이 바로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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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박 : 유일한 징크스 ‘여자’ 시합 전 안마주쳤으면 | ||
꿈을 잘 꾸면 로또가 당첨될지 모르지만 잠을 잘 자면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 특히 코치들과 프런트 직원들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기분을 퍽이나 중요하게 여긴다. 윤학길(롯데), 김성래(SK) 등 말수가 적으면서도 실속 있는 코치들이 여기에 속한다. 윤학길 코치는 “막 일어났을 때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싶으면 투수 로테이션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면서 “당일 시합의 운은 아침에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며 ‘예지력’을 은근슬쩍 내세우기도.
言(언) 함부로 입 안놀려
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김응용 감독(삼성)은 인터뷰를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감독 중 한 명이다. 특히 시합 전 인터뷰는 철저하게 사양하는데 이제는 기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어 궁금한 게 있어도 시합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이상하게 시합 전에 (김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나면 그 날 성적이 안 좋았는데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하나의 원칙으로 삼게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愛(애) 징크스도 바뀐다
젊은 선수들이 아내와 아이들이 경기장에 응원 오는 걸 반기는 반면, 대부분의 나이가 지긋한 감독들은 속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겉으론 썩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공처가로 알려진 프로축구의 포터필드 감독(부산)은 영국에서는 아내가 경기장에 오는 걸 아주 환영했지만 한국에 오면서 ‘이제는 안 와도 된다’고 말리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선회했다.
포터필드 감독은 “영국에서는 아내가 오는 날마다 이겼는데 K리그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았다”면서 “아마도 징크스가 유럽대륙에서 아시아대륙으로 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