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갈상돈 국민의당 예비후보
이명박 정부 말기 최광식 문화체육체육관광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바 있는 갈 전 사무국장은 임기 종료 4개월여를 앞두고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로 자리를 옮겨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 현직 장관의 정책보좌관이 진보적인 인권단체의 수장을 맡아 그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
이에 대해 갈 전 사무국장은 당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최 장관은 당시 제가 재직 중인 대학(고려대)에서의 인연으로 보좌관 제의를 해 왔고, 고민 끝에 수락했었다”면서, “기자시절 언론 노조활동을 하고 박사 과정을 마친 뒤 인권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오던 터라 인권단체 대표는 낯설지 않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최 전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한 이명박 정부 유일의 장관출신 인사로서, 지난해 교과서 국정화 논란 와중에 언론의 큰 관심을 끌기도 한 ‘합리적 중도성향’의 역사학자다.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합리적 혹은 성찰적 진보’로 평하는 갈 전사무국장은 문화관광부 정책보좌관 시절, 최 전장관에게 비무장지대(DMZ)를 탄자니아의 세렌게티에 버금가는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한 바 있는데, 이것이 박근혜 정부에 와서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추진으로 이어졌다. 갈 전 사무국장이 이것이 현실화되지 않고 막혀 버린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갈 전 사무국장은 국제앰네스티 재직 시절, 인권운동의 방향을 ‘인간에 대한 예의와 품격있는 인권운동’을 내걸고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며,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해결에 운동의 역량을 집중하기도 했다.
사진=갈상돈 국민의당 예비후보
정치학 박사 출신의 갈 전 사무국장은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변방론’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전통이 강한 조직에서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힘들고 “역사의 변화는 중앙이 아닌 변방으로부터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며 시작됐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변방론’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전방배치-후방지원 형태로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김종인-문재인 체제가 과거 ‘실패한 열린우리당으로의 복귀가 아니냐’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2004년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무산시킨 강경파가 여전히 더민주에 포진하고 있거나 당 노선을 주도하고 있으며, 박근혜정부 노동개혁 법안에 대한 합리적 대안제시 역량도 결여돼 있다는 점이 국민의당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현재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당의 노선은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결합한 ‘중도노선이 옳다는 판단이 국민의당을 선택하게 했다는 것이다.
갈 전사무국장은 “정당의 노선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개선”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을 추구하되, 고통스럽고 절망에 빠진 국민의 삶을 현실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언제든지 보수 정당과 타협할 수 있는 정치적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라는 인식이 중도정당인 국민의당을 선택케 했다고 말했다.
사진=갈상돈 국민의당 예비후보
다음은 갈 전 사무국장은 31일 20대 국회의원 선거 강동구 을(천호, 성내, 둔촌)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 출마선언의 변이다. 다음은 갈 후보가 발표한 ‘출마의 변’ 전문이다.
‘정치에 뛰어 드는 일은 생애 마지막에 결심해야 하는 일이다.’ 그걸 뼈저리게 느낀 지난 한달 간이었습니다.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기에, 정치를 한다는 건 두렵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정치적 비판자나 반대자를 넘어서 적대자로 돌변할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야 했습니다. 정치를 혐오하는 친구가 멀리 떠나가는 걸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욕만 바가지로 먹는 정치지만 결국 정치가 아니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만으로는 정치참여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었습니다.
지쳐갔습니다. 말, 글, 연구, 그리고 간헐적인 정치적 행동,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대안모색 혹은 분노표출, 이런 것이 단 한 번도 듣고 싶은 ‘메아리’로 되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냥 분출되는 족족 사장되어 버렸습니다. 심장 속에서 뜨겁게 끓어올랐던 에너지가 끝없이, 힘없이 소진되고, 소비되기만 했습니다. 상식 밖의 정치와 정치인이 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바람에 상식적인 이들의 정신은 피폐해져 갔습니다.
‘분노’는 ‘무기력’이 되고 ‘포기’ 단계를 넘어서면 ‘헬조선’이 되었습니다. 청년에게 이 땅은 ‘세상에 눈떠 갈수록’ 아무런 희망이 없는 지옥 같은 곳으로 각인되었습니다. 패기와 열정을 잃어버린 청년을 가르치는 학자로 그들 앞에 서 있다는 것만큼 참담하고 괴로운 일도 없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눈을 돌려 정치권을 보면 갈등과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노동법안을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고, 여야, 야야 갈등에다 북한 핵실험을 사이에 두고 남북 갈등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보육대란에다 사상최악의 가계부채, 전세값 폭등, 불안불안한 직장, 사교육 천국..그렇게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나면 노년의 빈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별 ‘고난’의 연속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숙명과도 같은 삶이 된지는 오래됐습니다.
정치라는 게 국민들이 얼마나 고달프게 살아가는지 아픔을 보살피고, 어루만지고, 치유해 주는 것이건만, 이 땅 정치하는 자들은 “왜 정치를 하는 지” 이유를 알지도 못하는 이들 뿐 인듯 합니다. 말이야 다 선거때는 국민을 입에 담지만 4년이 끝나고 국민 삶은 더 피폐해졌으니, 그들이 정치를 해야 할 이유는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부끄럽다며 ‘불출마’를 선언하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니 정치하는 자는 ‘낯이 두껍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입니다.
제가 출마를 결심한 건, 제게 남은 생의 마지막 열정을 더 이상 비판만 하는데 소진하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직접 정치를,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못하면, 정치와 인간에 대한 저의 뜨거운 심장이 식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정치라는 게 개인의 정치적 의지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니, 하늘의 소명이 있다면 저는 그 길을 가겠습니다. 제게 남은 마지막 일이 그 일이라면, 그래서 정치가 아니면 삶의 희망을 꿈꿀수 없는 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찾아 줄 수 있다면, 뼈가 부서지도록 그 일을 하려 합니다.
그리하여 청년은 꿈과 이상을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중장년은 행복한 저녁을 만끽하며, 노년에는 품위있게 살아 갈 수 있는 그런 나라, 그런 정치를 가슴 가득 품고, 출사표를 던지게 되었습니다.
맹자께서 이르시기를 “이 세상에서 백성이 가장 존귀하고, 나라는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벼운 존재이다‘ 하였습니다. 주인과 노예가 뒤집어진 이 나라 정치 질서를 국민이 가장 존귀한 나라로 바로 잡으라는 것이 제게 주어진 하늘의 소명이라면 그 길을 가겠습니다. 정치를 잘 할 수 있을 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스스로 돌아보아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하겠다는 건 분명히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강동구 을:천호, 성내, 둔촌)에 출마하며
갈상돈 올림
약력
64년생(만 51세)
서울대 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정치학박사)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정책보좌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갈상돈 박사의 뉴스브리핑‘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