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질 때 대부분의 감독들은 선수의 개인 기록보다는 팀 승리 쪽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팀 순위가 결정된 시즌 막판이라면 그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속 팀 선수에게 개인 타이틀이 걸린 경우 공공연하게 ‘타이틀 밀어주기’가 벌어지곤 한다.
2003~2004 프로농구 마지막 경기에서 우지원(모비스)과 문경은(전자랜드)에 대한 3점슛 밀어주기 ‘담합’은 비근한 예다. 이번 건의 경우 팬들의 엄청난 비난 여론 때문에 타이틀을 차지한 우지원의 수상을 보류하긴 했지만 그 동안 프로스포츠에서 타이틀 밀어주기는 계속돼 왔다.
지난 1984년 이만수 당시 삼성 포수는 홈런, 타점, 타격 타이틀을 모두 차지하며 한국 프로야구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하지만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MVP 타이틀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이유는 바로 타격왕 타이틀 밀어주기 의혹 때문. 삼성은 당시 이만수와 타격왕 경쟁을 펼치던 롯데 홍문종 선수에게 연속 9개의 볼넷을 헌납하며 그의 타율을 묶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이만수에게 도움을 줬다.
이병규(LG)와 장원진(두산)에 대한 ‘최다 안타 타이틀 밀어주기’도 빠질 수 없는 이야기. 2000년 시즌 마지막 경기. 이전 경기까지 이병규와 장원진은 최다안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었고 마지막 경기로 수상자가 결정될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경기는 LG와 두산전. 팬들은 두 선수의 마지막 경쟁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경기장에서 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리 ‘담합’을 한 LG와 두산은 두 선수를 공동수상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혁〕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