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협회 기술위원 중 3명은 메추 전 세네갈대표팀 감독을 차기 한국대표팀 감독 적임자로 꼽았다. | ||
<일요신문>은 협회 기술위원 10명 중 7명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차기 감독의 조건과 현재 거론되는 후보자 중 적임자가 누군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워낙 민감한 상황이라 모두가 익명을 요구했고 2명의 기술위원은 감독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다.
7명의 기술위원 중 한국 대표팀의 차기 감독 후보자 이름을 거론한 사람은 5명. 이 가운데 3명이 그동안 ‘포스트 쿠엘류’로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린 브뤼노 메추 전 세네갈 대표팀 감독을 찍었다. 메추 감독은 현재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 감독으로 활동중인데 2002년 월드컵 때 변방의 아프리카팀 세네갈을 8강에 올려놓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 히츠펠트(왼쪽), 스콜라리 | ||
그러나 메추 감독의 조건이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알 아인과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등 주로 세계 축구의 변방권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축구 흐름을 읽는 눈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기술위원 C씨는 “메추 감독은 명문 클럽팀을 맡아 본 경험이 없다. 2006년 월드컵까지 바라본다면 아무래도 유럽 출신의 지도자가 적당하다”며 메추 감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기술위원 D씨는 지금까지 국내 언론에선 거론되지 않았던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오트마 히츠펠트 감독을 추천했다. 히츠펠트 감독은 막강한 팀 장악력과 빼어난 용병술을 과시하며 가는 곳마다 우승을 이끌어 ‘우승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은 명장.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한 번씩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차지했으며 분데스리가 40주년 기념투표에서 독일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선정됐다.
D씨는 “차기 감독의 마지막 ‘작품’은 독일월드컵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독특한 카리스마와 용병술을 인정받은 오트마 감독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한편 기술위원 E씨는 감독 후보를 말하는 대신 현재 언론에서 다루는 후보군들의 단점에 대해 간단 명료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목을 끌었다.
▲ 귀네스(왼쪽), 트루시에 | ||
기술위원들은 ‘쿠엘류 감독의 중도하차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는 ‘한국 코치들과의 불협화음 때문’ ‘선수단 장악력이 떨어졌고 선수들간에 적절한 경쟁을 유도하지 못했다’ ‘팀 운영계획이 없었다’ ‘한국 코치들을 불신해 코치들의 역량이 발휘될 만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영어권이 아니다 보니 의사전달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등의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차기 감독이 선정되면 현재의 코칭스태프는 어떻게 운영돼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감독의 구상에 따라 코칭스태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편 이사회에 기술위원의 재신임을 묻는 등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있는 기술위원회에 대해선 ‘불필요한 인원을 줄이고 상근직으로 바꿔야 한다’ ‘기술위원장한테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위원장은 물론 기술위원들의 요구나 의견을 협회에서 제대로 처리해줘야 한다’는 등의 불만과 희망사항이 제시되었다.
기술위원 A씨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이런 쓴소리를 꺼냈다. “감독만 유명한 사람을 데리고 오면 뭐하나. 선수들이 엉망인데. 아직도 월드컵 4강 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선수들부터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