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지카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으로 중남미 지역엔 ‘임신 자제령’이 내려졌다. 콜롬비아와 자메이카 보건당국은 젊은 부부들에게 6개월 동안 피임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여성들에게 2018년까지 임신을 연기하라고 권했다. 보건 전문가들이 지카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브라질에서 발생한 4000여 건의 소두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남미 지역에서는 피임과 낙태를 하려는 여성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중남미 지역의 대부분이 가톨릭 국가여서 낙태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브라질의 경우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경우, 임신부 생명이 위험한 경우, 태아가 무뇌증 등으로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경우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소두증이 낙태 허용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의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피임도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산모들 사이에서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불안감을 조성한 가운데 지카 바이러스 감염 이후 임신해도 소두증 위험이 적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일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권자영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 대책 브리핑에서 “이론상으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핏속에 바이러스가 돌아다니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하면 태아의 소두증 발생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을 내놨다.
보건당국에서는 만일의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가 담긴 모자보건법에 대한 해석을 검토 중인 것. 현재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산모가 풍진, 톡스플라즈마증 및 그 밖에 의학적으로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전염성질환에 걸렸을 경우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소두증 발생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위험한 전염성질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보건당국 역시 만일의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인 대비 차원일 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