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에겐 특별한게 있다

	▲ 이병훈 LG 해설위원(왼쪽)과 이강철. 우태윤 기자 [e-mail]

두 달 전쯤인가? 잠실야구장에서 우연히 만난 이강철의 머리엔 흰머리가 가득했다. 염색 외엔 달리 해결 방법이 없을 정도로 그의 머리에선 세월이 유수와 같이 빨리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다소 착잡한 심정이 된 기자의 선입견과는 달리 이강철은 씩씩하게(?) 마운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공이 방망이로 밥 먹고 사는 타자들을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현실이 흰머리와는 무관하게 그를 행복한 남자로 만들었던 것.

나이가 드니까 주위에서 자꾸 가수 최백호를 닮았다고 한다며 외모가 아닌 노래 실력이 최백호를 닮고 싶다는 우스갯소리를 곁들인 이강철은 갑자기 결혼 생활에 대한 체험담(?)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강철이 말하는 결혼은 하기도 힘들지만 하고 나서 가정을 제대로 지켜나가기도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1년에 7할 이상 집을 비우는 남편이자 아빠라는 존재는 가족들의 배려와 인내 없이는 화목한 가정을 꾸려갈 수 없다는 것. 마운드에서 밀리지 않고 가장의 자리를 제대로 지켜나가기 위해 눈물 겨운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웃는 이강철의 얼굴에선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여유와 넉넉함이 물씬 풍겼다.

비록 기자를 잠시 당황하게 만들었던 흰머리가 프로야구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를 새삼 확인시켜주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이강철은 ‘노장’이 아닌 ‘베테랑’으로서 자신의 영역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 ‘여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