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슬·박지수 활약 속 나이지리아 격파…출전 시간 분배·빠른 공수 전환으로 경쟁력 회복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여자 농구 대표팀은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온 팀이다. 30년째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는 남자 대표팀과 달리 이들은 같은 기간 네 차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꾸준히 10위권 세계랭킹을 유지하고 있다. 월드컵은 60년이 넘도록 '개근'하고 있다.
과거에는 큰 무대에서도 손꼽히는 팀이었다. 두 번의 FIBA 농구 월드컵 준우승 기록(1967년, 1979년)을 보유하고 있다. 1984 LA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구기종목 역사상 최초 올림픽 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이후 경쟁력을 점차 잃었으나 국제무대에서 완전히 밀려날 정도는 아니었다.
최근 대표팀은 매서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023 FIBA 여자 아시아컵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해 올림픽 예선 참가 자격을 잃었다. 대한민국의 아시아 4강 진입 실패는 대회 역사상 최초였다. 이어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아시아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6년 이후 17년 만이었다.
앞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호평을 받으며 가능성을 보였던 대표팀이었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당시 대표팀은 3패로 대회를 마무리했으나 스페인, 세르비아 등 한 수 위 팀들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워 박수를 받았다.

이후 대표팀은 박수호 감독을 선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지휘봉을 맡겼다. 박 감독은 세대교체라는 임무도 떠맡았다. 장기간 중심 역할을 했던 김단비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까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에 박 감독으로선 부담이 가중됐다. 이외에도 30대 중반 이상의 베테랑들이 대표팀을 떠났다. 최연장자가 1994년생 강이슬일 정도로 젊은 대표팀이 꾸려졌다.
새롭게 꾸려진 대표팀은 2024년 열린 월드컵 사전예선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말리, 몬테네그로를 누르고 결승에 올라 체코에 아쉽게 패했으나 가능성을 봤다. 이듬해 여름에 열린 아시아컵에서는 아시아 4강에 복귀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참가 자격을 얻게 됐다.
지난 11일부터 17일(현지시간 기준)까지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결과적으로 대표팀은 5경기 3승 2패를 기록, 6팀 중 3위에 올라 월드컵 본선 티켓을 가져갔다.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독일과 나이지리아를 제외하고 상위 2개 팀에게 주어지는 티켓이었다. 대표팀은 세계랭킹 3위 프랑스, 12위 독일에는 패했으나 나이지리아(8위), 콜롬비아(19위)를 상대로 승리한 것이 주효했다.
FIBA는 대한민국의 본선 진출 '영웅'으로 슈터 강이슬을 첫 손에 꼽았다. 강이슬은 5경기에서 평균 18.6점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활약했다. 콜롬비아전 3점슛 7개, 필리핀전 8개로 예리한 감각을 뽐냈다. 한 경기 3점슛 성공 8개는 역대 월드컵 예선 최다 기록이기도 했다. 강이슬은 이번 월드컵 예선 '올스타5'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표팀 기둥 박지수는 이번 대회에서도 팀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골밑에서의 수비 존재감은 국제무대에서도 빛났다. FIBA 또한 그에 대해 "다시 한 번 페인트존에서 경험과 기술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5경기에서 평균 2개의 블록을 기록했으며 3.4개의 어시스트(팀 내 3위)로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선보였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만으로 대표팀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세계랭킹 8위이자 직전 올림픽 8강을 기록한 강호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승리하고 프랑스와의 일전에서는 결국 패배했으나 경기 막판까지 대등한 경기를 가져갔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발전을 이뤘다는 평이 이어졌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다. 핵심 선수들이 경기 대부분을 소화하는 '몰빵 농구'에서 벗어났다. 박 감독은 독일전에서 한 번에 5명의 선수를 교체하는 등 체력 안배에 주력했다. 나이지리아를 상대로는 33분 46초를 뛴 강이슬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가 30분 이하의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이어진 콜롬비아전, 필리핀전에는 로스터 전원이 고루 뛰며 30분 이하로만 뛰었다.
김은혜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대표팀이 현대농구에 가까운 농구를 하고 있다. 공격에서 빠르게 마무리하며 공격 횟수를 늘리려 한다. 수비에서는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한다"면서 "이런 농구를 선보이려면 출전 시간 분배가 필수적이다. 경기를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주축 선수를 더 활용해 격차를 벌리려는 욕심이 들 수밖에 없다. 박수호 감독이 그런 상황을 잘 참아내고 그 앞을 내다보는 운영이 잘 통했다"고 평가했다.
김 해설위원은 핵심 자원 박지수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이전에 비해 득점, 리바운드 등 박지수의 기록 볼륨은 줄어들었다. 출전 시간이 줄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대표팀에서 35분 이상을 뛰기도 했다. 어깨에 짐이 무거웠다. 이번에는 시간을 조절하면서 잘하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팀으로선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4년 여름부터 해외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박지현의 성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지현은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등의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국내 WKBL에 외국인 선수가 없다. 박지수 정도를 제외하면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진 선수도 없다"면서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를 가지면 장신 선수들을 상대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다. 박지현이 확실히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그런 부분에서 대처가 좋아졌다고 느낀다. 자신감도 가지게 됐고 스텝 등을 활용하는 기술도 좋아졌다. 이제는 박지현이 승부처에서 마치 에이스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된 것이 인상적이다"라고 했다.
월드컵 본선 17회 연속 진출의 기쁨을 누릴 시간은 잠시 뿐이다. 대회 본선 개막까지는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대표팀은 연속 진출 기록을 이어왔으나 대회에서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본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보완돼야 할까.
김은혜 해설위원의 입에서 먼저 나온 단어는 '조직력'이었다. 그는 "특정 스팟에서 연속적으로 상대에게 야투를 허용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본선에서는 약점을 드러내면 상대가 더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다. 우리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라며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가 신장이 큰 팀이 아니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