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에 걸리면 살아도 그에게 걸리면 죽는다’
지난 2016년 1월 1일 김정은이 새해를 맞아 선친에 대한 참배를 위해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았다.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김정은을 수행하는 앞줄 맨 왼쪽(점선 원)에 자리하고 있다. 부부장급이 당 부장 및 비서급에 해당하는 최고위급 간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1월 1일, 김정은은 새해를 맞아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았다. 당연히 목적은 선친에 대한 참배였다. 알려졌다시피 이곳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북한의 가장 중요한 성지이다. 김정은은 수많은 주변 실세들을 대거 거느리고 궁전을 찾았다. 이 인사들의 자리 배치 순서는 북한 현재의 권력 구도를 잘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북한 언론은 이 장면을 외부에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정권의 절대적인 감독 하에 발간되는 모든 언론 및 방송 자료들은 저마다 목적이 존재한다.
당시 이 장면에서 전혀 뜻밖의 인물이 주목을 끌었다. 김정은을 수행하는 맨 앞줄에 한 사람. 바로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다. 맨 앞줄 김정은 좌측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부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 실세들이 위치해 있었다. 물론 우측엔 김기남 당 선전선동담당 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겸 당 과학교육담당 비서, 김평해 당 간부담당 비서 등 최고위급 당 간부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중 맨 왼쪽에 그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급상 중앙당 부부장급에 해당하는 조연준이 당 부장 및 비서 급에 해당하는 최고위급 간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부분이다. 예년 같았으면 조연준은 그 뒷줄에 위치했어야 맞다. 현재 김정은 체제에서 조연준의 비중과 위치가 얼마나 큰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조연준은 누구일까. 조연준은 1937년 함경남도 고원에서 출생했다. 올해 나이가 팔십 줄에 접어들었다. 명문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모교에서 상급교원으로 사회의 첫 발을 뗐다. 이후 중앙당 조직지도부 과학교육 담당 지도원을 거쳐 함경남도 조직지도부 책임지도원을 잠깐 거쳐 함경남도 도당 조직비서를 지내기도 했다.
조연준은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를 이끌고 있는 김원홍과 더불어 북한 최고의 공안통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지난 2012년까지 당 조직지도부 검열지도과를 사실상 이끌어왔다.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어 조연준은 2012년 1월을 기준으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전격 승격됐다. 약 20년간 간부 및 조직 검열 사업에 매진했던 공안통 조연준이 화려한 날개를 단 셈이었다. 우리 언론에 공식적으로 공개된 시기도 2012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에서 대의원으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미 지난 연재에서 밝힌 바 있지만, 당 조직지도부는 사실상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관리하는 당 내 특수 권력기관이다. 현재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사실상 부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인물은 김정은의 누이 김설송이다. 다만 이는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북한 권력구조를 표면적으로 보면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 자리는 다른 부서의 부장 혹은 비서와 같은 무게감과 그 이상의 실권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북한에선 ‘김정은이나 김설송에 걸리면 살아남을 수 있어도 조연준에게 걸리면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나온 그의 별명이 ‘저승사자’다. 김정은 시대 더욱 활발해진 간부 검열 및 반부패 척결사업에서 이러한 조연준의 쓰임새는 더욱 두드러졌다. 검열과 숙청, 특히 그 치밀하고 세부적인 숙청 기획에 있어서 조연준은 단연 북한 내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조연준이 진두지휘한 프로젝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누가 뭐라 하여도 장성택 잔존 세력 숙청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12월부터 이듬해까지 계속된 이른바 ‘장성택 여독 청산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조연준은 이 작업 기간 동안 공안통으로서 살아온 자신의 농축된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했다.
당시 김정은은 “당, 내각, 중앙기관 전 요원을 대상으로 ‘당의 유일령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근거로 한 자체 검토를 진행할 데 대하여”라는 제하의 지침을 하달했다. 김정은의 지침을 하달 받은 조연준은 곧바로 중앙당 조직지도부 검열부 및 군사담당 부서 성원들과 각 도 및 시·군 당 조직부성원이 총망라된 ‘당 검열 그루빠’(그룹을 의미)를 조직해 운용했다. 이 인원이 연 200여 명 이상이라고 한다.
그루빠는 각 기관의 모든 사업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중앙당 행정부와 각 도 및 시·군 당 행정부 간부들을 중심으로 장성택과 관련된 모든 간부들이 그루빠 소속 검열 지도성원들로부터 강도 높은 검열을 받게 했다. 부득이하게 (김정은의 지시로) 사업을 멈출 수 없는 기관의 경우에도 매일 저녁 일과가 끝나면 저녁 8시부터 새벽(시간은 무제한)까지 검열 작업을 받도록 지시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어떤 간부에게서 특별한 문제가 발견됐다면 곧바로 국가안전보위부 예심국 및 수사국으로 넘겨 조사 및 처리를 진행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장성택 행정부장의 비리 및 반종파 행위들과 관련된 간부들은 특별한 명령을 받았다. 앞서 김정은이 제시한 10대 원칙에 입각한 ‘자체 검토문’을 10쪽 이상 작성해 그루빠 검열 성원에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그루빠는 관련 간부들에게 세포별 회의를 개최하도록 하고 이와 관련한 자기비판은 물론 호상 비판을 통해 검열 작업을 심도 있게 들추어내기도 했다.
조연준이 이끌었던 당시 그루빠는 이러한 철저하고 계획적인 검열 작업뿐 아니라 좀 더 영악한 방법을 쓰기도 했다. 그루빠는 이미 숙청된 장성택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고 피해를 상당 부분 보상해줬다. 이로 인해 ‘반(反) 장성택’ 감정을 주민들로 하여금 널리 그리고 크게 고취시키는 데 일조했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그루빠 덕분에 억울함을 면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연극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 모든 억울함을 풀어준 김정은에 대해 크게 감격하고 감사하는 연출을 꾀한 것이다. 조연준의 ‘작업’은 이처럼 철저하고도 영리했다.
김정은의 반(反) 부패 척결 작업에도 조연준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2014년 6월 23~25일에 있었던 군부 고위급 간부 대상 숙청 및 처형 작업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조연준이 이끄는 조직지도부와 최룡해 전 총정치국장을 대신한 황병서 총정치국장(기존 조직지도부 군사담당 책임부부장 출신)의 지휘 하에 총정치국 조직국은 해당 기간 동안 평양시 산하 고위급 군관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실시했다.
이 작업은 인민무력부 대회의실에서 공개 발표됐다. 이 작업을 통해 군단장급 2명(훈련소 소장 1명 포함), 군단 정치위원 1명, 사(여)단장 급 6명, 연대장급 20명에 대해 비리 및 반종파적 혐의를 적발하고 그에 대한 숙청을 결정하는 회의였다.
이들의 주요 부패 내역은 금전 수수와 내연 관계였다. 적발된 군부 내 혐의자들 중 일부러 4명의 여단장급 지휘관들은 강건 군관학교에서 공개 총살됐다. 특히 처형된 핵심 사형자 중 한 명은 평양시 남쪽 외곽방어를 책임진 3군단 산하 A 군부대 여단장이며 함께 처형된 지휘관들은 모두 김일성군사종합대학 동기생들이다. 이 사형 현장에는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총정치국 주요 간부들을 집결시켜 진행했다.
심지어 호위사령부나 방어사령부(91훈련소) 간부들까지 모두 참가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 비리관련 숙청회의를 평양시 주변 모든 군부대 대대장급(주요 부대 직속 중대장들까지) 간부들까지 모두 평양시 승호구역 미림지역에 있는 군전용 ‘4·25여관’ 회의실들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당시 녹화 방송을 청취토록했다.
조연준이 더 놀라운 것은 외부 조직은 물론 내부 조직에까지 예외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4년 9월, 조연준은 국가안전보위부로 하여금 중앙당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함경남도 도당 조직비서, 해주시 당 책임비서, 해주시 인민위원회 무역관리국장 등 8명의 비리 혐의를 포착했다. 역시 혐의는 금전 수수와 내연 관계였다. 이 8명 중에는 놀랍게도 당 조직지도부 최고위급 성원까지 포함됐었다.
그것도 그저 평범한 간부가 아닌 부부장급 간부였다. 북한 조직지도부 내 부부장급 간부는 대략 제1부부장을 합쳐 20여 명에 불과하다. 조직지도부 내에서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조직지도부 내 부부장을 ‘망둥이 제 새끼 잡아 먹 듯’ 숙청한 당시 이 사건을 두고 북한 내부에서도 적지 않게 당황해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팔순에 접어든 조연준이지만 현재 당 내부의 강도 높은 검열 작업을 통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는 김정은에게 그는 꼭 필요한 존재다. 그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소식통의 전언에 의하면 그는 사생활도 아주 괴벽하고 성질이 사나운 스타일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조연준은 반드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인물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꿈의 직장’ 개성공단 취업 비스토리 500~1000달러 뒷돈 줘야 들어가 북한 노동자들의 최고 직장은 어디일까. 다름 아닌 개성공단이다. 현재 국내 120여 개 업체가 들어가 있는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는 5만여 명에 달한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만 명이지만, 이러한 지역경제 활동에 영향을 받는 이는 황해남·북도 주민 100만 여 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성공단.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노동자들은 기본 월급 70달러에 부가적인 수당을 포함해 매달 150달러 정도를 챙긴다. 이는 북한의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다면 풍족하진 않지만 적당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다. 현재 북한 내부에선 이마저도 어려운 집이 많기 때문에 개성공단 취업 자리는 단연 인기다. 여기에 다른 북한의 기업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훌륭한 근무 환경은 덤이다. 북한에선 희소성 있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특히 당국이 직접 관리하고 분배하는 공공재라면 응당 뇌물이 필요하다. 북한 당국이 관리하는 개성공단 취업 자리도 마찬가지다. 최근 황해도 주민들이 개성공단 취업을 알선하기 위해 관계 당국에 꾀나 많은 뇌물을 받친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200달러에 형성됐던 이러한 취업 뇌물 시세는 최근 500~1000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는 후문이다. 한국 정부가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유의할 사안이 있다. 지난 2013년 4월,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출경을 금지한 바 있다. 이 당시 필자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이 당시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물론 이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평안도 주민들의 경우 출경 금지 결정을 내린 남한 정부에 극도의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정부의 당시 출경금지 조치는 응당 북한 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지만, 이에 크게 당황한 이들은 오히려 북한 일반 주민들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적으로 선전과 선동으로 만들어낸 것은 북한 체제다. 하지만 오직 시장 경제활동에 의존하고 연명하는 이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 작업이 중단되는 것은 밥줄이 끊기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우리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걸] |
필자 이윤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