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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3kg인 기자(뒤쪽)는 55kg급 김종대 선수에게 무참하게 무너졌다. 임준선 기자 | ||
이전의 ‘대단한 체험’과는 달리 레슬링 현장 체험의 가장 큰 ‘숙제’는 쫄쫄이 유니폼에 있었다. 단지 취재에 대한 열의만을 가지고 민망한 모양새를 연출해야 한다는 건 참으로 가혹한 현실! 그러나 더욱 큰 아픔은 신체적인 여건상 소화해내기 어려운 유니폼을 입고 ‘돌고 또 돌며’ 매트 위를 굴러야만 했던 악몽의 세 시간이었다. 정신없었던 취재 현장을 벗어나자마자 기자가 직행한 곳은 선수촌 부근의 한의원. 몸을 불사르다 못해 침으로 마음까지 태운 레슬링올림픽대표팀과의 ‘대단한 체험’을 소개한다.
레슬링 훈련장은 분명 맞는데 문을 열어보니 선수들이 실내 축구로 몸을 풀고 있었다. 타이트한 유니폼을 제대로 입은 선수, 하반신만 걸친 선수, 면 티셔츠를 하나 더 껴입은 선수 등 스타일은 제각각이었지만 마치 흙으로 빚어놓은 듯한 근육질 몸매들은 누구하나 예외가 없었다.
레슬링 선수의 유연함이야 익히 예상하고 있던 일. 그러나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들의 몸은 마치 곡예단이 연상될 만큼 부드러웠다. 관절을 푼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 ‘브리지(Bridge)’라는 돌기와 회전을 겸하는 몸풀기다. 몸풀기는 머리를 축으로 해서 앞뒤로 덤블링하는 듯한 자세가 반복되고 두 다리로 360도 회전하며 땅을 짚는 방식. 시합 중에 목이 꺾이거나 불편한 자세가 자주 연출되는 레슬링 선수들에게 목의 유연함과 강인함은 필수다.
배창근 자유형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박장순 자유형 코치와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감독이 커다란 막대기로 매트를 ‘탕! 탕!’ 두들기는 것을 신호로 강도 높은 2인 1조 훈련이 반복됐다. 태클, 안아넘기기, 균형잡기, 들어올리기 등 같은 동작이 계속되면서 선수들의 몸과 매트는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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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빠떼루(패시브) 자세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먼저 수비를 자청한 기자가 무릎을 꿇고 매트에 엎드렸다. 표현하진 않았지만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자신감과 체중 20kg의 우위(?)에 대한 일종의 여유였다. 하지만 옆굴리기로 2~3점을 뺏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보다 먼저 밀려오는 건 ‘아픔’이었다. 뒤에서 갈비뼈 위를 껴안은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숨쉬기는커녕 말 그대로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쓴맛을 맛봐야했다. 곧이어 선수와 함께 데굴데굴 사이좋게(?) 잘도 굴러가며 포인트를 잃고 말았다.
그래도 승부라 생각하니 오기가 발동했다. 민망한 몸매에 대해서도 더 이상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이번엔 공수를 바꿔 선수가 빠떼루 자세를 취했다. 여자친구를 껴안듯 얼른 선수의 배로 손을 집어넣었건만 무게 중심이 얼마나 낮게 잘 잡혀 있는지 선수와 매트 사이에 넣은 손이 눌러지면서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여기에 마치 낮은 포복을 연상시키는 자세로 앞으로 기어나가는 선수를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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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기자를 본 안한봉 감독이 “그레코로만형 선수와도 한 번 ‘맞짱’을 떠야하지 않겠냐”며 역시 55kg급의 박은철(주택공사)을 파트너로 엮어줬다. 힘이 빠진 탓도 있었지만 상반신만 공격해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상대가 더욱 까다롭게 느껴졌다. 마치 베드신을 연기하듯 선수와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지만 목과 어깨 등 상반신에 상당한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배 감독의 특별 지시에 따라 ‘타잔’으로 변신해 보기로 했다. 외줄타기 훈련이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은 10m 높이를 3~4번 왕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기자는 단 한 번도 힘에 부쳤다. 이건 아니다 싶어 머쓱해진 기자 앞에 기술을 연습할 때 사용하는 커다란 인형이 눈에 띄었다. 옆 굴리기나 원 없이 해 보자는 심산으로 가볍게 안았건만 웬걸,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무게만 20kg이 넘는단다. 태연하게 벤치로 돌아와 쉬고 있는 기자에게 배 감독, 안 감독, 박 코치가 돌아가면서 아픈 곳을 찌른다. “뭐하세요?” “더 안 하세요?” “벌써 다 하셨어요?”. “… …”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