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로 돌다 결정적 순간 ‘홈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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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서울시장(왼쪽)이 대권 로드맵을 치밀하게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1월 한 행사에 함께 참석한 이 시장과 박근혜 대표. | ||
실제로 이 시장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와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와 수위를 다투거나 1위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하지만 이 시장 측은 조기대세론을 경계하며 퇴임 후 대권플랜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대세론에 심취해 낭패를 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각오다.
여야 차기주자들의 본격적인 대권레이스는 5·31 지방선거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선거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내 차기주자들이 임기를 마치고 대권열차에 탑승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치열한 당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 측은 벌써부터 퇴임 이후 대권플랜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야 정치권도 대권선호도 1위로 부상한 이 시장의 퇴임 이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이 퇴임 후 당권 장악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당권 장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적인 대권행보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 시장 측은 퇴임 후 3단계 대권 로드맵을 치밀하게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단계는 퇴임 직후인 7월부터 12월까지, 2단계는 당내 경선이 본격화되는 시기인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3단계는 경선 이후 12월 본선까지로 세분화되어 있다. 물론 3단계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전술이 마련된 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큰 그림은 이미 그려진 셈이다.
1단계는 인재영입과 전국 네트워크 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7월 초 입주를 목표로 여의도에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다. 실질적인 ‘이명박 대권 베이스캠프’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춘식 정책특보는 “퇴임 후 사무실이 필요한 만큼 여의도 주변에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7월 초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영입은 이 시장의 보수성과 지역색(영남)을 희석시키기 위해 호남 인사와 개혁성향의 젊은 인재들을 중점 발굴한다는 복안이다. 또 이 시장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국 네트워크 작업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오는 7월께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이 시장 본인은 당분간 당권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정책개발에 주력하고 이를 위해 해외 선진국들을 둘러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물론 이 시장 진영에서는 물밑에서 친 이명박계 의원들을 통해 이 시장에게 우호적인 ‘관리형 대표’가 선출되도록 힘을 쏟겠지만 이 시장 본인은 ‘때’를 묻히지 않도록 거리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시장은 ‘대권 2대 목표’로 정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와 남북문제 획기적 개선을 위한 연구 및 해외투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방침이다. 이 특보는 “아직 구체적인 해외 방문 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퇴임 후 미국 독일 중국 등 해외 시찰을 계획하고 있다”며 “특히 독일은 한반도 통일정책을 연구하는 동시에 발달된 라인강 운하를 국내 경제정책에 접목시킬 수 있는 좋은 시찰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북문제 등 ‘통일 정책’은 이 시장이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반도가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현실은 차기 지도자에게 각별한 통일관 및 민족관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과거 대선 과정에서 대북 문제가 큰 변수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주자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한자릿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통일부 장관 시절 대북정책에 전력했던 배경에는 중장기적 대권 포석이 내포돼 있었다. 또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는 이미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본 경험이 있고 손학규 경기지사 또한 대북정책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이 여야 잠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북문제에 신경을 덜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따라서 이 시장 측근들은 대북문제 해법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야권 주자라는 정치 여건을 감안하면 방북이나 김 위원장 면담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동·서독의 통일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우리나라 실정과 접목시키는 통일관을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퇴임 후 독일행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2단계는 당내 경선이 본격화되는 시기인 만큼 사활을 건 올인 승부를 계획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 5~6월쯤 당내 대선 경선을 치른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내년 1월부터 각 대권주자들은 선거캠프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대권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방선거 이후에도 차기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물밑 당권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지만 당내 대권 향배가 결정되는 이 시기에 박 대표와 이 시장 간의 진검승부도 결판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 측은 지난 1월 12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 이명박계인 이재오 의원이 박 대표의 최측근인 김무성 의원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원내사령탑에 등극한 것은 당심이 이 시장 쪽으로 기운 것이라며 한층 고무돼 있다. 특히 투사형인 이 의원이 원내를 진두지휘하는 만큼 박 대표를 비롯한 친박 세력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최근 박 대표와 이 원내대표간에는 심상찮은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사학법 해법, 외부인사 영입, 최연희 의원 사퇴 문제 등 당내 현안을 놓고 양측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시장 측은 이 원내대표 등 친 이명박 세력을 앞세워 ‘박 대표 흔들기’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면서 ‘이명박 대세론’ 확산에 주력하고 내년 1월 이후에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과 본선 경쟁력을 앞세워 경선 고지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3단계는 2단계 플랜의 연장선에 있다. 당내 경선에서 이 시장이 승리할 경우에는 순조롭게 대권 본선을 준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부득이하게 3단계 플랜을 가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3단계 플랜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된 건 아니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비책도 구상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즉 이 시장이 경선에서 패하거나 경선 과정에서 정계개편 등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쳐 경선 고지를 정복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비밀 플랜이 바로 3단계 플랜인 셈이다.
물론 이 시장 측은 한나라당 후보로 대권에 나설 것이며 경선에 패할 경우 승복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대권 도전일 수 있다. 어떤 경로가 됐건 이 시장은 본선행 티켓 확보에 올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명박 대세론’이 탄력을 받아 당내 경선을 무사히 통과하면 모를까 그렇지 못할 경우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정치권 관계자들이 이명박계가 당권 접수를 줄기차게 추진하는 동시에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 신당 창당 후 대권도전’이라는 궤도수정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퇴임 후 단계별 대권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는 이 시장이 순조롭게 본선행 대권 티켓을 거머쥘지 아니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3단계 플랜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그의 향후 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