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일어난 사업장 현장 사진. 유족 제공.
사건은 지난해 11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경동물류 신입사원인 주 아무개 씨는 작업장에서 지게차를 몰다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경동물류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현장관리 경험을 위해 2개월간 야간 현장 근무를 시켰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주 씨는 지게차 면허를 지난해 11월 2일 취득했다. 주 씨는 면허 취득 이전인 10월 25일 지게차를 몰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유족이 공개한 생전 주 씨의 메신저 대화에서 주 씨 지인들이 ‘주 씨가 무면허로 지게차를 몰았다’고 얘기한 것.
그 뿐 아니라 지게차 자체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유족이 구한 사고영상에는 추락 직전 지게차에는 브레이크 등이 켜져 있었다. 즉 브레이크가 작동된 상태에서 지게차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지게차는 운전자가 일어나면 자동으로 운전이 멈추는 기종으로 알려졌다. 역시 사고 직전 주 씨는 자리에서 일어서있었다. 이에 경동물류 측은 “관련 기관에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며 “조사가 종결 되는대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만 전했다. 앞서 경동 측은 사고 당시 CCTV가 모두 망가져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유족이 영상을 구하지 못했으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숨진 주 씨의 국민연금 가입자 가입증명서. 유족 제공
주 씨 유족은 사고 이후 주 씨의 국민연금 가입자 가입증명서를 받았다. 주 씨는 경동물류에 사무직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했다. 그러나 서류에는 주 씨 소속이 ‘합진운송하역’으로 돼있었다. 경동 측은 “합진운송하역은 경동물류의 계열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계열사는 합동택배, 경동렌트카, 경동컨테이너창고임대, 합동커머셜 등 4개뿐이었다. 일각에서는 “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유족에 따르면 경동물류는 주 씨의 과실을 65~70%로 인정했다. 이에 유족 측은 “공사장이 야간에 문을 잠그지 않다가 외부인이 무단 침입해서 사망해도 과실이 그 정도”라며 “그들은 사과 한번 없이 합진운송하역명으로 주 씨의 과실을 67~70%로 한 공탁금 서류만 보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 씨의 아버지는 기자와 만나 회사로부터 진실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서 주 씨의 장례식을 치루지 말라고 했으나 회사에서 뭐든지 다 해줄 것처럼 얘기해서 장례를 치뤘다”며 “그러나 장례 이후 회사의 태도가 바뀌었고 사고 책임도 아들에게 떠맡겼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