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거기서 우리는 웃통을 모두 벗고 생애 최초로 나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병훈(이): 어이, ‘마달이’ 오랜만이야. 잘 지냈냐?
마해영(마): 아이 참, 형님. 저도 나이가 있고 애도 둘씩이나 있는데 ‘마달이’가 뭡니까. 제발 이름 좀 불러 주세요.
이: 알았다. 울지 마라. 너 FA에서 건진 ‘대박 돈’은 모두 어디로 숨겨 놨니?
마: 또 그 얘기예요? 대부분 집과 부동산 쪽에 투자를 했어요.
이: 그건 그렇고 올 전반기는 왜 그렇게 부진했어? 마해영답지 않다는 소리 많이 들었을 거야.
마: 너무 욕심이 과했어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는데 오버하다가 타격 자세가 완전히 망가졌어요. 거기다 팀 성적마저 부진하니까 엄청 부담을 느낀 것 같아요.
이: 그럼 요즘에는 포기해서 잘 치는 거네.
마: 포기라뇨? 포기는 배추 셀 때 쓰는 말이죠. (순간 썰~렁) 어느 순간 욕심을 버리니까 원래의 타격 자세로 돌아왔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치고 올라왔죠.
이: 술, 담배는 많이 하는 편이야?
마: 담배는 피워본 적이 없어요. 술은 좀 하는 편인데 광주와서는 전반기에 부진한 바람에 사람들한테 술 먹는 모습 보이기가 싫더라구요. 그래서 거의 안 먹었어요.
이: 가족하고 떨어져 지내고 있다고 들었어. 자주 만날 수가 없겠네.
마: 애들 학교 문제도 그렇고 와이프가 서울 사람인데 대구에 친한 사람이 많아 쉽게 대구를 떠날 수 없었어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만나요. 가끔 가족들이 광주로 원정 응원도 오고. 주말에 광주에서 게임 있는 날은 무조건 오는 편이죠.
마: 신나게 놀아주면 피곤해서라도 일찍 자요. 이만하면 작전 성공이죠? 하하하.
이: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네 버릇 있잖아. 타석에서 돌 골라내는 거. 돌은 진짜 골라내는 거냐?
마: 정말 저도 할 말 있어요. 제가 워낙 뒤쪽에서 타격을 하다보니까 흙이 많이 모여 있어요. 그래서 흙을 치우다보면 돌도 나오고 여러 가지 이물질이 나와요.
이: 사람들은 네가 결벽증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마: 아녜요. 제가 집에서는 무지 더럽게 하고 살아요. 털털한 편이죠. 여러분들, 진짜 돌 골라내는 겁니다. 오해 마세요. 그런데 동전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동시 웃음)
이: 이상한 버릇 또 있잖아. 삼진 먹을 때 꼭 주심을 쳐다 보는 거. 주심이 기분 나빠 할 것 같은데.
마: 사실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그것도 욕심이 지나쳐서 그래요. 그런데 요즘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이: 전반기 초반에는 타율이 바닥을 기다가 요즘 3할 다 됐지? 타이틀 욕심은 없냐?
마: 네. 현재 2할9푼7리예요. 3할은 자신 있어요. 그런데 홈런이 겨우 9개뿐이에요. 요즘 페이스대로라면 홈런 20개 이상은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타이틀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죠.
이: 2002년 한국 시리즈 6차전 때 끝내기 홈런 친 것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지?
마: 아, 그럼요.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아요. 그 기억은 제가 숨 넘어가기 직전까지 날 것 같아요. 아~흐!
이: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 중 영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마해영이잖아. 은퇴 후에 미국 가서 공부하면 유리한 점이 많겠다.
마: 그건 그렇죠. 저 역시 유학을 생각하고 있어요. 직접 미국야구를 겪어보고 싶어요. 결국 감독이 꿈이라는 뜻이죠.
이: 너도 지도자 하려면 꼭 미국 가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냐?
마: 야구만 따진다면 미국 유학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행정쪽이라면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야구 전도사들은 많지만 야구 박사는 없잖아요. 전 야구 박사가 꿈입니다. 야구 박사 출신의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형님, 이젠 옷 입죠. 이렇게 벗고 사진 찍을 수는 없잖아요. 저야 뭐 ‘몸짱’ 근처에는 가지만 형님이 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