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프로 데뷔 14년차에 또 다시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 발휘로 ‘꽃’을 피우고 있는 ‘대도’ 전준호를 만났다.
이병훈(이): 어이, 주장님. 요즘 야구 좀 되던데, 체력 유지하는 비결이라도 있나?
전준호(전): 어이쿠, 이건 비밀인데…. 하하. 비시즌 때 웨이트트레이닝을 밥 먹듯이 합니다. 이젠 나이를 먹어서 체력 향상은 불가능하고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죠.
이: 보약은 안 먹고 운동만 하는 거야?
전: 제가 입이 좀 짧아요. 먹는 것도 조금씩 하루에 네 끼를 먹어요. 덕분에 와이프가 무지 힘들어 하죠. 보약은 1년에 두 번이면 충분해요. 보기에는 비쩍 말랐어도 끝내주는 강단이랍니다(이 말을 하며 팔뚝을 자랑한다).
이: 야, 팔 치워라. 네 팔뚝 보니까 왜 갑자기 ‘이동 갈비’가 생각나지? 하하. 현재 도루 1위에 올라있는데 도루는 체력소모가 특히 심하잖아. 네 나이에는 무리가 따를 텐데.
전: 전 아직 체력에는 자신 있어요. 또 제가 뛰면 그만큼 팀에 플러스가 됩니다. 저는 은퇴하는 날까지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을 할 겁니다.
이: 원래 성격이 나다니는 스타일이 아니잖아. 다른 팀(?) 1번 타자처럼.
전: 네?! 아하, 맞아요. 저는 체질상 술을 잘 못해요. 그 대신 몸에 좋은 음식은 찾아다니면서 먹어요. 잘 먹고 잘 자는 스타일이죠.
이: 뉴 페이스와 올드 페이스를 막론하고 최고의 1번 타자를 꼽는다면.
전: LG 이순철 감독이 최고죠. 그분은 출루, 도루, 센스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였어요. (한참 생각하다) 제 입으로 절 추천할 수도 없고, 이거 참. 현역 중에선 저 아니면 이종범이 최고 아니겠어요?
이: 그러고 보니 동기생이 셋밖에 남지 않았네. 세월 참 빠르지?
전: 그러게요. 박정태, 김기태랑 저만 남았어요. 나이 들어서 1년 부진하면 앞날을 보장 받지 못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뛰는 거죠. 김기태는 잘하고 있는데 (박)정태는 정말 안타까워요.
이: 아무리 ‘젊은 피’가 좋다고 해도 베테랑 선수의 존재는 필요한 건데 말이야.
전: 꼭 필요하죠. 젊은 선수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때 경험 많은 선수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죠. 사실 팀이 어려울 때 처방전은 베테랑 선수가 내려줘요.
이: 지난 광주전에서 사이클링 히트(7월29일 광주전에서 전준호는 1회 솔로홈런, 2회 3루타, 4회 2루타를 차례로 때려냈다)를 놓쳤을 때 아쉬움이 컸을 것 같은데.
전: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해 두고두고 미련이 남는 경기였어요.
이: 인터뷰용 멘트 말고 솔직하게 말해봐. 얼굴에 다 써 있구먼.
전: 솔직히 얘기해도 되는 거예요? 진작 얘기하시지. 무지 열 받았더랬어요. 두 타석 남겨 놓고 단타 1개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몸에 맞는 공과 볼넷이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죠. 제 인덕이 그것밖에 안 되었나봐요.
이: 김재박 감독하고는 야구 스타일이 많이 닮았지?
전: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특히 상대의 허점을 발견하면 용서가 안되는 부분이 닮았다고들 해요. 또 감독님과 저는 오케스트라로 치면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거예요. 또한 상대 투수가 싫어하는 선수라는데도 공통점이 있죠.
전: 아무래도 주장이니까 선수 관리 차원에서 충고할 때가 있어요. 그게 아쉬워요. 제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어도 애들이 말을 걸어와야 해주든지 말든지 하죠.
이: 룸메이트는 누구냐? 혼자 방을 쓰는 거는 아닐 테고.
전: 스물네 살 먹은 조재호 선수가 제 ‘방졸’입니다. 구단에서 저랑 생활하며 노하우를 전수받으라고 정해준 것 같아요. 현대의 차세대 1번 타자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현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을 이야기한다면.
전: 하루 빨리 서울에 입성해야죠. 관중이 너무 없잖아요. 현대가 빨리 움직여야 할 텐데….
이: 돈은 많이 모았냐? 재산 공개 좀 해라.
전: 솔직히 얼마가 있는지 잘 몰라요.
이: 뭐? 잘 모른다고?
전: 아니, 형이 왜 흥분하고 그러세요. 제 재산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사실 와이프가 재테크의 귀재예요. 그래서 모든 수입은 전적으로 와이프한테 맡겨요. 그래서 잘 모른다는 거예요. 하여간 넉넉하게 살고는 있습니다.
이: (갑자기 친한 척하면서) 너 뭐 좋아하냐? 언제 한번 만나자.
전: 하하. 형 현역 때 제가 몇 번 얻어먹었잖아요. 언제 한번 모실게요.
이: 알았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전: 저는 은퇴 후에 곧바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장기 유학을 갈 겁니다. 제 공부도 하고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미국에서 보상도 해주려고 해요. 아이들 공부도 그쪽에서 시키려구요.
이: 다 좋은데 앞으로 몇 년 간은 네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현역 선수로 오래 남아 좋은 플레이하는 게 팬들한테 서비스하는 거야.
전: 그럼요. 전 아직 멀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돈을 더 모아야죠.
이: 이런. 누구 놀리냐? 하여튼 고맙다.
전: 형, 시즌 끝나고 전화할게요.
이: 그래. 내 전화는 항상 ‘애니콜’이라는 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