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스캔들 집어삼켜 보수당엔 ‘훈풍’ 작용
통상 북한 변수는 안보 이슈와 직결돼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북풍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꼽을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은 패색이 짙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학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뇌물 수수 스캔들’이 터져 비판여론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일을 일주일 앞두고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사흘 연속 무장시위를 벌이고 병력을 투입하는 등 도발 사건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안보 정국으로 전환되면서 신한국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당시 정치권의 평가는 “북풍(北風)이 장풍(張風·장학로 스캔들)을 이겼다”로 압축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북풍은 불었다. 선거를 열흘 남짓 앞두고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남측 당국자들을 전원 철수시켰다. 이후 서해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3차례에 걸쳐 발사했다. 개성공단이 선거판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인 153석을 확보하고 여대야소 구도를 구축했다.
2012년 19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 북한은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를 외신에 공개한 데 이어 ‘위성발사’를 예고했다. 고전이 예상됐던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해 다시 원내 과반을 유지했다.
물론 선거 정국에서 북풍이 모두 강력하게 작용했던 것은 아니다. 대선의 경우 북풍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하거나 힘을 쓰지 못했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와 북한 고위층 커넥션 의혹이 터졌지만 판세에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측근들이 막판 뒤집기를 위해 북측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한 이른바 ‘총풍 사건’이 추후 드러나면서 ‘북풍 공작’ 파문이 일었다.
2007년 17대 대선 직전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며 북풍이 ‘훈풍’으로 불길 기대했지만 대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북풍은 여지없이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권자들이 북풍에 대해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그럼에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의 셈법도 복잡하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핵무장론까지 꺼내들며 보수결집을 노리는 가운데, 야권은 여당의 ‘안보무능’을 지적하며 반사이익을 노리는 형국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정권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며 “한반도 긴장이 올라간다면 총선 준비기간 중 향후 여론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