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 주도권 뺏기면…
[일요신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 무소속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경쟁에서 한발 떨어진 박 의원의 존재감이 한층 낮아지면서 자신의 3단계 통합론의 주도권을 잃을 처지에 빠졌다. 특히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에 홍창선 전 의원을 임명하자, 이 같은 우려가 한층 증폭될 조짐이다.
지난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입한 홍 위원장은 정동영계로 통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와 총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캠프에서 과학기술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전북 전주·덕진 출마를 공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야권 통합의 ‘핵심 퍼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범야권 연대 및 통합 과정에서 홍 위원장을 매개로 더민주와 정 전 장관의 직통 라인이 개설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의원의 고민도 이 지점이다. 정치적 존재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야권 대통합의 주도권을 더민주와 정 전 장관 등에게 뺏길 경우 자신의 핵심 구상인 ‘호남복원정치’도 물거품 될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토리 키재기로 호남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지도의 간발의 차이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통합, 최소한 연합·연대 단일화해야 승리할 수 있다. (더민주와) 중통합 후 야권단일화하고 총선 후 대통합해야 정권 교체할 수 있다. 저의 정치적 생명은 거기까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창선 카드’를 꺼낸 김 위원장이 ‘궤멸’이란 표현을 써가면서 북한 체제의 와해를 언급한 데 대해 “야당에서 북한 와해론 궤멸론이 거론되는 것은 야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선명성 경쟁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탈당한 박 의원이 바야흐로 ‘풍찬노숙’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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