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계에 불어 닥친 용병비리파문으로 인해 프로축구 감독을 비롯한 종사자들에게 된서리가 내렸다. 검찰은 전남드래곤즈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를 통해 전 사무국장 박아무개씨와 에이전트 최아무개씨를 구속한 데 이어 타 구단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국세청은 용병이 없는 광주상무를 제외한 12개 전 구단에 대해 용병수입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특히 구단 사무국 직원과 에이전트가 공모한 용병비리가 사실로 확인된 만큼 감독들의 연루 가능성이 소문에서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용병으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를 수입할 때 구단은 에이전트가 소개한 선수를 감독들한테 테스트를 받게 한다. 감독의 승인이 나야 구단에서 용병 수입을 결정하는 것. 따라서 감독이 용병 선발에 관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프로축구팀의 A감독은 친척을 에이전트로 고용해 더욱 큰 의혹을 사고 있다. 용병의 실력보다는 친척의 이익을 보장해준다는 소문이 축구계에 파다한 지 이미 오래다.
20년이 넘은 프로축구 역사상 단 한 번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용병 영입 과정에서 비롯된 비리가 적발되거나 처벌되지 않았던 프로축구계는 그동안 이러한 부정에 대해 무덤덤했던 게 사실. 현직에 있는 B감독은 이번에 구속된 에이전트 최씨와 유착돼 이 에이전트로부터만 선수를 수급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감독들이 부패의 고리에 묶여있는 것은 아니다.
C감독은 구단직원과 에이전트 사이의 부정부패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역할만 담당했다. 어찌됐건 이번 용병비리 수사범위가 특정 범위를 한정하지 않는 전방위 수사가 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전·현직 감독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대로 전남드래곤즈를 시작으로 한 검찰의 수사는 타구단으로 확대된 상태다. 특히 이번에 구속된 에이전트가 D구단에도 용병을 다수 공급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를 통해 수사가 D구단으로까지 넓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증거를 가지고 수사를 할 수 있는 선은 전남드래곤즈와 D구단으로 한정될 수도 있다. 전남은 자체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고 D구단은 구속된 에이전트를 통해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
그렇다고 다른 구단들이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검찰과 별개로 국세청이 프로축구단들에 대한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용병이 없는 광주상무를 제외한 12개 구단에 1999년 이후의 용병 수급 과정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은 자체 직원을 구단들에 파견해 조사를 개별적으로도 벌이고 있다. 검찰과 국세청이 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자체 조사한 자료를 검찰에 넘겨준다면 검찰은 전남, D구단 외에 타구단으로까지 수사할 수 있는 증거물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검찰과 국세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연계 수사를 펼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므로 용병비리 수사는 엄청난 폭발력을 지닐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이 전남드래곤즈의 용병비리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7월 초다. 전남구단이 자체 조사 결과를 검찰에 건네면서 시작된 이 수사는 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수사가 지지부진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프로축구계는 “괜히 무고한 사람을 흠집 낸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구속된 전 사무국장 박씨는 검찰소환 직전에 있었던 한 프로축구 선수의 첫아이 돌에 참석해 “죄가 없으므로 잘 끝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격적으로 사법처리가 이뤄지고 국세청으로부터 자료요청을 받자 구단들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현역 프로축구 감독인 E씨는 “몇 년 전에도 검찰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을 수사하다가 덮은 경우가 있어 이번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단 검찰과 국세청의 양 칼날이 프로축구단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어느 구단도 이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현직 감독들에 대한 수사는 불을 보듯 뻔하다. 프로축구연맹은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관행’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지르며 프로축구 발전을 저해했는지, 지금 이 순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축구 관계자들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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