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수소폭탄 실험으로 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7일에는 장거리 로켓발사 실험을 하고, 지난해 말에는 잠수함발사미사일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에 실어 미국 앞바다까지 가서 공격해도 위협이 아니냐는 협박이다.
이런 협박은 미국에 대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사실 미국으로선 인정해줘도 그만이다. 선제공격으로 북의 미사일기지와 숨어드는 잠수함을 파괴할 수 있고, 날아오는 핵탄두도 요격할 수 있다. 북한을 날려버릴 만큼의 사후보복 능력도 있다.
그럼에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동북아 주요국들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이 지역은 매우 위험한 화약고가 된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할 수도 있다. 북한이 보유국 인정 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통제 안에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다.
사실 핵무기나 ICBM은 미국과 국제기구의 통제만 없다면 한국도 얼마든 만들 수 있는 무기다. 한·미 미사일협정에 의해 한국제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300㎞에서 800㎞로 늘었고, 비공식적으로 1500㎞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거리 300㎞의 미사일도 일본이 사정거리 안에 든다는 이유로 한반도 남부에의 배치가 통제된 적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멀쩡하던 사람들마저 자체 핵개발이 북핵 대응책이라도 되는 양 거론하고 있다. 핵개발 불가 이유는 여럿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핵개발에 나서는 순간 우리는 북한만이 아니라 세계와 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와 교역해야 생존하는 나라에서 불가한 선택이다. ICBM을 개발할 이유가 없는 것도 우리가 대륙 건너편에까지 적을 두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에게 위협인 것은 사실이나 공포분위기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핵개발에 들일 돈과 노력은 북핵 위협이 현실화하기 직전 단계에서 선제 파괴하는 기술개발에 투입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실효성이 의심받는 유엔 제재결의도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명백할 때 피해예상국은 이를 파괴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면 압박효과가 확실할 것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국제 통제를 덜 받으며 개발할 수 있는 위성발사에서 우리가 북한보다 뒤떨어진다는 사실이 이번 로켓발사로 입증됐다. 그 원인에 대한 정부의 각성과 대책이 요구된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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