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린 ‘을’ 맞은 ‘병’…‘갑’은 모르쇠 일관
현대자동차 대리점주에게 상습폭행 당했다는 영업직원 김 씨가 제공한 CCTV 화면 영상.
김 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정신과 치료도 두 달 가까이 받았다. 사무실 컴퓨터와 전화기까지 압수당했으며 당직근무까지 배재됐다. 대리점에서 당직근무란 공식 퇴근시간인 6시 이후 전시장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김 씨는 “전시장 방문자는 차를 사려는 사람이라 오늘이 아니라도 내일이나 한 달 후에 살 수 있는 잠재고객”이라며 “이를 막으면 영업에 막대한 피해가 온다. 나뿐 아니라 모든 조합원들이 이런 식의 부당함을 당했다”고 전했다.
당시 폭언 내용은 유튜브에 ‘전국 자동차판매 노동자연대 노조위원장 폭언/폭행/협박녹취록’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여기서 A 씨가 “사업주가 당신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니까 추석 지나고 정리하라”고 하자 김 씨는 “제가 파리 목숨도 아니고 왜 잘못한 것도 없이 해고를 당해야 합니까?”라고 항변했다. 이에 A 씨는 “난 너를 보기 싫으니까 내 마음대로 해고시킬 거다”라고 외쳤고 김 씨 역시 “그럼 정식 해고 통지서를 달라”고 받아쳤다. 화가 난 A 씨는 “내 마음대로 책상 치울 테니까 법에 호소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말한 뒤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참다못한 김 씨는 현대차 본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김 씨는 본사 측으로부터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노조 만들었다고 탄압하겠나. 그럴 일 없을 거다”라는 답변만 받았다. 이후 김 씨는 한 방송사에 제보했고 지난해 10월 19일 관련 사건이 보도됐다. 다행히 보도 이후 폭언과 폭행은 사라졌다. 대신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감사가 나왔고 해당 대리점은 12월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김 씨는 “당시 우리 대리점은 3주 영업정지의 중징계를 당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따로 본사에 대리점 감사팀이 있지도 않은데 감사가 있었으면 무언가 잘못이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뒤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A 씨는 지난달 10일 나타나 대리점 문을 닫겠다고 선언했다. 바로 5일 후인 지난 달 15일 해당 대리점은 문을 닫았다. 이후 A 씨는 지인들과의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3일 검찰에 상습폭행, 모욕, 강제추행 등 5가지 죄목으로 A 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경찰로 내려 보냈고 경찰은 강제추행을 제외한 4개의 죄목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이후 현재까지 수사에 진전이 없다.
A 씨 배우자는 “A 씨가 5년째 암을 앓아왔고 최근 아들로부터 간이식 수술까지 받은 사람”이라며 “입원 이전에 필요한 조사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A 씨가 입원 이전에 경찰조사를 받은 건 사실이나 검찰 조사는 간이식 수술을 이유로 미루고 있다. A 씨가 회복하면 의사의 의견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폐점된 문제의 대리점.
한편 현대차는 이번 사안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리점은 현대차를 판매하는 개인사업자의 영업장이다. 따라서 그곳 사원은 현대차 직원이 아니다”라며 “관련 분쟁은 해당 대리점 대표와 사원과의 문제일 뿐 현대차 본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조 때문에 현대차 대리점 취업이 안 된다고 하지만 현대차 직원도 아닌데 취업을 막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대리점 영업사원 채용은 전적으로 대리점 대표의 일”이라며 “이 사건은 어디까지나 그들 간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이며 이슈를 만들기 위해 현대차를 걸고 넘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리점에 대해서는 “해당 지점은 대표 건강이 악화돼서 사전에 통보하고 절차에 따라 폐점된 것”이라며 “폐점을 1~2개월 정도 전에 통보해 텀을 둘 수 있지만 정형화된 규칙은 없고 그때마다 다르다”고 해명했다.
기자는 해당 대리점을 찾아가봤지만 전시된 차도 없고 현대 간판도 없이 ‘○○○○대리점’이라는 문구만 남아있었다. 한 주변 상인은 “안 그래도 밤에 사람이 없는 동네에 저런 건물이 있으니 마치 유령의 집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